원전부품 수명 예측한다…한국서 세계 최초 개발
원자력연구원 "가동 중인 상용 원전과 수출형 원전 모두 적용 가능"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상용 원전에 들어가는 '인코넬 690' 소재 부식 균열을 예측하는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됐다.
2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인코넬은 니켈에 크롬·철·티타늄 등을 첨가해 만드는 합금이다.
온도 600도에서 특성이 변하지 않을 만큼 내열성이 뛰어나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폭넓게 쓰인다.
한국형 원전 'OPR1000'의 경우 원자로 출력제어봉의 관통관 노즐에 인코넬 600을 썼다.
이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코넬 600보다 크롬 함량을 2배 높인 인코넬 690으로 바꿨다.
인코넬 690은 신고리 3·4호기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에도 적용됐다.
부식 균열 저항성이 우수한 인코넬 690에도 한계가 존재했다.
균열 추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수식이 따로 개발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기존 인코넬 600 예측 식을 그냥 인용했다.
미국을 비롯한 원전 선진국은 경쟁적으로 인코넬 690 맞춤형 예측 식 개발에 나선 상태다.
국내 연구진의 성과는 이 지점에 있다.
원자력연구원 김성우 박사 연구팀은 온도 300도 이상·압력 150기압 이상의 원전 내부 환경에서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수준 균열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실증 장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모아 실제 원전 가동 환경에서 인코넬 690 응력 부식 균열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도식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출력제어봉 관통관 노즐 건전성에 대해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국내 가동 원전 뿐 아니라 수출형 원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집에서 쓰는 수도꼭지는 금이 가서 물이 새야 바꾸곤 하나, 원전 노즐은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부품이 언제 부식되고 언제 균열이 생길지 예측해서 미리 교환하도록 돕는 이번 기술이 큰 의미를 갖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학회지(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7월호에 실렸다.
김 박사 연구팀은 현장 적용을 위해 전력산업기술기준을 비롯한 기술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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