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유해 이전에 바티칸대사 '반대'…스페인 "내정간섭" 반발
스페인 사회당 정부, 독재자 프랑코 유해 이전 추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주재 바티칸(교황청) 대사가 스페인 정부의 독재자 프랑코 유해 이전 방침을 비판하자 스페인 측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드리드 주재 교황청 대사인 렌조 프라티니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페인 사회노동당(PSOE·중도좌파) 정부의 프랑코 유해 이전 방침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프라티니 대사는 프랑코 유해 이전 추진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사회당 정부가 프랑코를 "부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코를 평화롭게 놔두는 편이 좋다. 사후 40년이나 지났기에 대부분의 국민과 정치인들도 그리 생각한다. 그가 생전에 한 일들은 신이 심판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라티니 대사의 입장이 바티칸의 공식 입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코는 철권 통치 당시 강한 가톨릭 보수주의를 표방했는데, 스페인의 가톨릭 교회가 당시 권력의 비호 아래 인권 탄압과 부정부패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여전히 존재한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스페인 정부는 즉각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카르멘 칼보 부총리는 이날 카데나 세르 라디오에 출연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면서 내정 간섭 수준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칼보 부총리는 이어 "조만간 바티칸은 우리의 공식 입장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철권통치 당시의 상흔이 여전히 아물지 않은 스페인에서 프랑코의 유해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회당 내각은 작년 6월 집권한 직후부터 프랑코 후손들과 프랑코 '향수'를 느끼는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묘역 이전 작업을 추진해 왔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50㎞ 북서쪽의 '전몰자의 계곡' 국립묘역 안에 있는 프랑코의 화려한 묘지가 국민을 갈라놓는 상징물이 되고 있으니 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화해와 기억을 위한 기념비를 세우겠다는 취지다.
특히 전몰자의 묘역에는 프랑코 측에 의해 희생된 내전 참가자들이 다수 묻혀 있어 프랑코의 묘를 반드시 옮겨야 한다는 것이 산체스 총리의 생각이었다.
스페인 정부는 당초 현재 스페인 내전 희생자의 국립묘역인 '전몰자의 계곡'에 묻혀 있는 프랑코의 유해를 지난달 10일 파내 다른 곳으로 이장하려고 했지만, 현재 이 작업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스페인 대법원이 프랑코의 후손들이 낸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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