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트럼프의 큰 한걸음, 핵 문제의 작은 한걸음"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핵 협상 전망에 대해 과도한 낙관론을 펴기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난 후 "포괄적 협상을 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2∼3주 이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둥샹룽(董向榮)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일 이에 대해 '트럼프의 큰 한걸음, 한반도 핵 문제의 작은 한걸음'이라는 제목의 관찰자망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둥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거리를 좁히고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묻는 말에 "소위 핵 협상 재개는 미국이 현실에 직면해, 단계별 방식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택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핵화 프로세스는 매우 힘들다"면서 "문제의 복잡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한 번에 성공하겠다는 기대를 말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걸음들은 모두 격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북한·한국 연구소 소장은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 협객도(俠客島) 인터뷰에서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과 협상 환경 조성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소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양측이 같은 길로 가지 못했고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면서 "그래서 이번 만남에서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핵협상 재개에만 동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로 어떻게 이익을 최대화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북한에는 "핵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 그 안에서 북한이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만남에는 북미 간의 직접적인 관계가 더 큰 역할을 했다"면서 "한국으로서 다소 난처한 것은, 북미관계가 좋지 않으면 한국이 큰 압박을 받고 북미관계가 좋아져도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라고 보기도 했다.
장롄구이(張璉괴<王+鬼>)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펑파이 인터뷰에서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면서 "비록 양국이 적극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중대한 원칙상의 문제에서 양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몇 달 동안 양측이 갑자기 중대한 문제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궈루이(郭銳) 지린대 국제정치과 교수는 "이번 만남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가시적 성과로 쉽게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북미 접촉을 더 촉진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이 대북 관계를 강화하는 데 공간과 여건을 만들어 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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