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들, '트럼프 월경' 정치쇼 폄하…"비핵화 진전이 중요"
극우 산케이 "화해무드 퍼지는 것 위험"…'압력 유지' 노골적 주문
아사히 "미사일 발사한 북과 '역사적 화해' 필요했는지 의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남북미 정상이 전날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을 두고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는 이를 '정치쇼'로 폄하하거나 '비핵화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식의 신중론을 제기하는 보도가 두드러졌다.
극우성향 산케이신문은 '불신 불식한 정치 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평화 쇼'로 인해 두 정상이 내외에 번지는 비핵화 교섭에 대한 불신감을 불식시키는 데 충분한 반응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제안 후 하루 만에 대면이 강행돼 양국 실무진과 취재진은 혼란스러워했다. 생중계하는 TV 카메라가 경호원과 다른 카메라에 막혔고 백악관 보도관은 타박상을 입었다"며 현장의 혼란을 부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에서 전날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을 '정치쇼'라고 표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사설에서 "미국과 북한은 정치쇼보다 실무협의를 거듭해야 한다"며 "역사적인 장면이 단순한 정치쇼로 끝나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은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며 "그런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가 역사적 화해를 새삼 강조하는 것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판문점 회동 소식을 차분한 어조로 상세히 보도하면서도 해설 기사나 사설을 통해서는 비핵화의 실질적인 성과가 중요하다는 논조를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진정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말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한걸음이 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적었고, 마이니치신문 역시 사설에서 "화려한 연출보다 내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은 "미국 대통령이 간단하게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역사적인 한걸음"이라면서도 "그 한걸음이 정치적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교섭으로 이어질지 2~3주 후 재개되는 실무협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비핵화는 어디에 갔나'는 제목의 '주장'(사설에 해당)에서 "화해무드가 퍼지는 것은 위험하다. (북한에 대한) 압력 유지를 관철해야 한다"며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 노골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논조를 보였다.
이 신문은 별도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정상회담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동석시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통고한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역할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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