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판문점 회동] "오늘은 역사적인 날"…트럼프·김정은 대화록

입력 2019-06-30 19:18
수정 2019-07-01 19:33
[남북미 판문점 회동] "오늘은 역사적인 날"…트럼프·김정은 대화록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이슬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하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약 53분간 단독회동을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5분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뒤 3시 54분에 자유의집으로 입장, 장내를 정리한 뒤 3시 59분부터 모두발언으로 회동을 시작했다.

북미 정상은 오후 4시 4분부터 취재진들을 모두 내보낸 뒤 단독회동에 들어가 오후 4시 52분에 회담을 종료했다.

다음은 단독회동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록이다.



◇ 자유의집 회동 전

▲ 트럼프 대통령 = (군사분계선 앞에서) 제가 경계석을 넘어가길 바라시나? 넘어갈 수 있다면 저는 영광이다.

▲ 김정은 위원장 = 넘어가는 데 동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후)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이 행동 자체만 보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군사분계선을 넘으신 것은, 다시 말하면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 = 제가 일본에서 G20 회담에 참석한 뒤 한국을 방문한 김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지난 몇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김 위원장에게 연락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일들 이뤄냈다. 긍정적인 사건들이 많이 있었고,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처음 회담했을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 제가 처음 당선됐을 때 한반도에 아주 큰 분쟁이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노력한 결과 많은 진전을 이뤘다.

▲ 김정은 위원장 = 이런 순간을 마련한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자유의집 회동

▲ 김정은 위원장 = 어떤 일부 사람들은 오늘 우리 만남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친서를 보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고 한다. 저 역시도 사실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식으로 만날 것이란 것은 오늘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 저도 다시 만나고 싶었다. 특히 북남 사이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하게 하는 이런 장소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고 만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더 좋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만남이 앞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좋은 일들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또 우리가 맞닥뜨리는 난관과 장애를 견인하고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트럼프 대통령 = 저도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김 위원장의 목소리의 힘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해보신 적이 없으니 이런 목소리도 예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다. 어쨌든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다. 또 문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이다. 또다시 김 위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나자'고 얘기했을 때 김 위원장이 응하지 않았다면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남은 이렇게 성사가 됐고, 우리 관계는 좋게 유지되고 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상황은 부정적이고 위험했다. 남북과 전세계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경계석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김 위원장께서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저는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시간을 기쁘게 생각한다.

◇ 자유의집 회동 종료 후

▲ 트럼프 대통령 =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하노이 회담이 합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큰 성공이었다. 우리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 몇달간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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