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처음으로 북한 땅 밟다…남북미 정상 사상 첫 3자 회동(종합2보)
트럼프 1분간 군사분계선 월경…정전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 '분단의 상징' DMZ서 만나
남측 '자유의 집'서 북미 3차회담, 하노이後 122일만…68분 함께하며 53분 단독 회담
트럼프 "아주 특별한 역사적 순간"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한 관계, 난관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될 것"
트럼프 "김정은 백악관 초청"…文대통령 "평화프로세스 큰 고개 넘었다" 평가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차지연 박경준 이슬기 기자 = 역사상 초유의 남북미 3국 정상 간 회동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30일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쪽으로 넘어가면서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남북미 회담까지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북미 정상이 회담을 위해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 집'으로 오가는 길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류, 정전선언 66년 만에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순간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직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헬기에 몸을 실었다. 판문점 인근 최전방 초소 오울렛을 거쳐 미군 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서 한미장병을 격려한 두 정상은 곧장 판문점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 혼자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서 있자 곧장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두 정상은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세 번째 만남을 완성했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것은 오후 3시 45분.
북미 정상은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각 방향으로 20걸음을 걸은 뒤 잠시 포즈를 취했다가 다시 돌아와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시간은 1분 가량에 불과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은 역사적인 월경의 순간이었다.
두 정상은 다시 분계선을 넘어왔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우리는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고, 짧은 시간에 연락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또 "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일들을 이뤄냈다"며 "우리는 첫 회담 때부터 서로 호감이 있었다. 그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기자가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백악관으로 초청하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워싱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장면을 자유의 집에서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 곁으로 걸어와 김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그려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작년 9·19 평양 회담 이후 9개월여만이다.
세 정상은 인사와 가벼운 담소를 나눴고, 이어 문 대통령이 빠진 채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이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122일 만에 맞는 사실상의 3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회담장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돼 1·2차 회담(싱가포르ㆍ하노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만나도 짧은 회동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북미 두 정상은 1시간 가량(53분)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분단의 상징으로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장소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저를 만나겠다는)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고하는데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어제)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며 "앞으로 더 좋게 우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가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는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경계석(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주 특별한 순간이다. 문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김 위원장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에당선되기 전 상황을 보면 상황이 부정적이고 위험했다. 남북, 전 세계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발전시킨 관계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 이런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시간을 저는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비공개 회담을 이어간 북미 정상은 차기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이 회담을 끝낸 뒤 자유의 집 별도 공간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과 합류했고, 세 사람은 군사분계선까지 함께 걸어가 각각 포옹과 악수로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이때가 오후 4시 53분으로,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따지면 68분간 두 정상은 함께 있었던 셈이다.
이어 취재진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북미 정상 간 자유의 집 회담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협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또 "원래 오울렛 GP(경계초소) 공동방문까지만 예정돼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미정상이 오울렛 초소까지만 동행하고 이후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만남에는 트럼프 대통령만 가기로 애초 구상됐다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한다"고 사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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