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운전' 택시기사 면허유지 선처…법원 "중요 생계수단"

입력 2019-06-30 11:40
'숙취운전' 택시기사 면허유지 선처…법원 "중요 생계수단"

경제형편 고려해 1심 뒤집고 "감경사유 해당" 판단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숙취 운전'으로 적발되는 등 벌점이 쌓인 택시기사가 면허 취소를 면할 수 있도록 법원이 선처했다.

법원은 택시 운전이 기사 가족의 중요한 생계유지 수단인 만큼 처분을 감경할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부(이승영 부장판사)는 택시기사 A(65)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면허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A씨는 2017년 7월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0.067%의 상태로 택시를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이 일로 벌점 100점을 받은 A씨는 이듬해 5∼6월 신호·지시 위반으로 두 차례에 걸쳐 벌점 15점씩을 추가로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A씨의 1년간 누적 벌점이 130점으로 면허취소 기준점수(1년간 121점)를 넘겼다며 A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면허가 취소되면 개인택시 운송사업 면허도 취소돼 생계수단을 잃는 만큼 경찰의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엄중한 제재로 도로교통법의 실효성을 확보할 공익이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택시 운전자로서 교통 법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함에도 단기간 여러 차례 위반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사정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A씨가 용달 기사 등을 하며 모은 돈으로 택시 면허를 취득해 가족의 생계를 꾸려왔고, 다른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 면허가 취소되면 새 직업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아내는 청소 등으로 약간의 수입을 얻는 정도이고, 딸은 아직 학업 중이라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중요한 수단이 되므로 도로교통법상 감경 사유가 된다"고 판시했다.

또 "면허 취소로 개인택시 면허까지 취소되면, 택시 총량제로 인해 이를 새로 발급받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A씨가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는 데 사용한 자금도 회수할 수 없어 경제적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음주운전의 경우 A씨가 전날 음주하고 잠을 잔 뒤 술이 깼다고 착각하고 평소처럼 새벽 영업을 하다가 발생한 만큼 경위에 참작할 면이 있고, 이로 인해 82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아 제재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심과 반대로 "A씨의 행동에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감경 없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A씨의 불이익이 커 가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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