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후폭풍 바이든 대세론 휘청?…"인권 위해 성심껏 싸웠다"
해리스 제기 인종차별 논란 악재되나…후보들 협공 속 反바이든 전선 구축 조짐
바이든, 시카고 인권운동 행사 참석해 논란 진화 부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밤 마이애미에서 열린 대선주자 첫 TV토론으로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직면했다.
2020년 11월 3일 대선으로 향하는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이 날 TV토론을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 예기치 않은 돌부리를 만나면서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담을 '소환'해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하는 도화선이 되면서 자칫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TV토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나는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지난 1970년대 교육부가 추진한 흑백 인종 통합 교육 및 이를 위한 스쿨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바이든이 노력했으며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버스로 통학하던 한 어린 소녀였던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혔다며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여기에 일부 젊은 주자들이 제기한 세대교체론도 76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아픈 대목으로 작용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와 의회전문매체 더 힐 등 미언론들은 TV토론 평가와 관련된 분석기사들을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TV토론의 패자'라는 낙제점을 안겼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에 머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TV토론이 끝나자 "나는 G20이 열리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를 잘 대표하고 있지만, '졸린 조'(Sleepy Joe)와 '정신 나간 버니(Crazy Bernie)'에게는 좋은 하루가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선두주자군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조롱하는 트윗을 잽싸게 날렸다.
당장 TV토론 다음날인 28일 '반(反) 바이든' 전선 구축을 위한 대선주자들의 협공이 이어졌다.
흑인 후보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이날 CNN방송의 '뉴 데이' 인터뷰에서 "나는 이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후보로 지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이 적임자인지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이 우리의 차기 후보가 갖춰야 할 기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카멀라가 어젯밤 말한 상처와 고통에 대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를 비난하는 데 대해 사람들이 나를 나무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지핀 당사자인 해리스 의원은 CBS 방송 '디스 모닝' 인터뷰에서 "나는 여러 차례 말해왔듯 조 바이든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이 문제에서는 의견을 달리한다"며 자신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비열한 공격'을 가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진실에 대해 말한 것일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이슈들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토론의 장이자 선거운동"이라며 "(후보 간에) 대비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유권자들이 내릴 결정"이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76세의 바이든이 이 나라 및 당내 문화적, 정치적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의 시대에는 일부 이슈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매우 오랫동안 워싱턴에서 작동해온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는 취지로 에둘러 비판했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TV토론에서 트럼프를 이길 적임자임을 입증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내가 트럼프를 토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출마한 이유"라며 즉답을 피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이어 민주당 내 2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전날 TV토론 후 트위터를 올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과거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 전쟁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점을 언급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를 주도하는 데 기여했지만 조 바이든은 찬성표를 던졌다"며 "우리는 선거 과정에서 외교정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매우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의 인권단체 집회에 참석, 인종차별 논란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나는 학교 및 지역사회 내 인종 분리 풍토의 근본 원인을 다루기 위한 연방 차원의 조치를 지지해왔다"면서 "주(州) 주도의 분리 정책을 극복하기 위한 연방 정부의 권한 사용에 대해 항상 찬성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부분이 흑인이었던 청중을 향해 "내가 인권과 투표권, 평등권의 실현을 위해 성심을 다해 싸웠다는 걸 나도 알고 여러분도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의원의 전날 비판에 대해 "나는 해리스 의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를 존중한다"면서도 "TV 토론에서의 30초, 60초 답변이 인권 문제에 헌신해온 평생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인종 문제 관련 전력에 대한 해리스 상원의원의 공격 이후 바이든의 선거운동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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