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 "익산시장 '잡종' 발언, 다문화자녀 희망 짓밟은 것"

입력 2019-06-28 16:07
이주여성들 "익산시장 '잡종' 발언, 다문화자녀 희망 짓밟은 것"

익산·정읍·순창 등 전북 각 지역서 400여명 이주여성 참석



(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에 거주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28일 익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주여성들은 "정 시장은 동물에게나 쓰는 잡종, 튀기라는 모욕적이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다문화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소중하고 귀한 우리 아이들에게 '잡종'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꿈과 희망을 짓밟은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시장의 자격이 없는 만큼 고개 숙여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장진원 전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부회장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와 가족과 사회로부터 받아온 수많은 냉대와 차별에 대한 분노가 정 시장의 발언을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며 "이들의 반발이 상당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 부회장은 "이번 발언은 결혼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삐뚤어진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읍과 진안, 순창 등 도내 각지에 사는 결혼 이주여성 400여명이 참석했다.

정 시장은 집회에 참석해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익산시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 나눔 운동회'에 참석해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한 일부 언론과의 해명 인터뷰에서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고 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의 단체가 "차별에 기반을 둔, 다문화가족 자녀를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사퇴를 촉구하자, 2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밝히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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