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에 박수 추인…한국당 4일만에 '무조건 등원'으로 선회

입력 2019-06-28 15:05
30분만에 박수 추인…한국당 4일만에 '무조건 등원'으로 선회

3당 합의 번복 후 '정상화' 압박 영향…강경파 일각선 '불만'

한국당 몫 상임위원장은 7월 교체…추경처리 등 난항 예고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은정 기자 = 자유한국당이 28일 의원총회에서 '무조건 등원'을 결정한 것은 지난 24일 여야 3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부결하기로 결정한 지 4일 만이다.

여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에 대한 사과와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처리 약속이 담보돼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나흘만의 입장 선회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집권 여당이 국회 본회의를 체육관 본회의쯤으로 여기고 있다"(나경원 원내대표)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원포인트 본회의'를 위한 합의문이 작성됐고, 곧바로 열린 한국당 의총에서는 불과 30분만에 '동의'를 의미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의총에 참석한 한 3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본회의는 제게 맡겨달라, 상임위에는 들어가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동의했다"며 "반대 분위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박수 추인 후 의원 4∼5명이 '이제는 국회로 들어갈 때가 됐다', '이제 실질적인 법안을 논의하며 싸워야 한다'고 발언했다"며 "등원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고 한국당을 향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심리적 압박이 한국당 기류 변화의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을 2시간 만에 의총에서 걷어찬 이후 한국당을 향한 비난 여론은 거셌다.

실제로 최근 조경태·김용태·이학재·장제원 의원 등이 "국회로 들어가자"고 공개 주장하는 등 '백지 등원론'이 부상하던 상황이었다.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학용 의원은 "나라와 국민만을 생각하고 무조건 등원하겠다고 선수 치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고발당한 의원들이 최근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해석도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특위 활동기간 연장 불발 시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강행' 가능성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당 입장에서는 육탄 방어 외에는 막을 길이 없는 상황이었다.

패스트트랙 대치 당시 '최전선'에 섰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까지 몸싸움을 벌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패스트트랙 폭거를 조금씩 정상화하는 한 걸음을 뗐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해 의원들이 흔쾌히 추인해주셨다"고 밝혔다.

한편 의총에서는 임기가 끝나는 한국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이날 본회의 대신 7월 초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후보가 경합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의 경우 당내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를 놓고 국회가 완전히 정상화한 것은 아니며, 한국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순순히 처리해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강경파 사이에서는 이날 무조건 등원 결정에 대한 불만도 일부 감지된다. 한 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오늘 하루짜리 일정에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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