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뜯어 먹는 고대 초식 악어 적어도 3차례 이상 등장
멸종 고대악어 이빨 화석 분석 결과…공룡과 함께 멸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악어는 무시무시한 턱과 이빨을 가진 공포의 육식 동물이지만 고대 악어 중에는 풀만 뜯어 먹던 순한 악어도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약 2억1천만년 전 트라이아스 말기 동식물 멸종 직후에 이런 초식 악어가 출현했으며,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6천600만 년 전 백악기-제3기 멸종 때까지 적어도 3차례 이상 나타났다는 것이다.
'셀(Cell)'지를 발행해온 셀 프레스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유타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키건 멜스트롬이 이끄는 연구팀은 고대 악어의 이빨 화석을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를 셀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빨의 형태를 통해 포유류의 식성을 예측하는 기존 방법을 응용해 멸종한 고대 악어 16종의 이빨 화석 146개를 분석했다.
육식동물은 먹이를 뜯고 씹기에 좋게 원뿔형으로 된 단순한 형태의 이빨을 가진 반면 초식동물은 풀 등을 씹기위해 복잡한 치아구조를 갖고 있다. 잡식성은 양쪽 특성이 섞인 이빨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악어와 도마뱀 등 이빨을 가진 현대 파충류도 이빨 모양은 포유류와 크게 다르지만, 육식, 초식 등 식성에 따른 이빨 패턴은 같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멸종한 파충류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현대 악어류는 반(半)수생 육식동물에 맞게 원뿔형의 단순한 이빨을 갖고있다.
그러나 고대 악어의 이빨 화석 분석 결과, 이빨의 크기와 형태가 위치에 따라 다른 이치성(異齒性)을 보이는 것을 비롯해 육식만 하는 현대 악어의 이빨과는 다른 복잡한 패턴이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초식 악어가 트라이아스 말기 멸종 직후 악어 진화 초기에 등장해 백악기 말기 멸종 때까지 지속했으며, 적어도 3차례 이상 최대 6차례 정도 초식 악어가 나타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멜스트롬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연구는 멸종한 고대 악어가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식성을 가졌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일부는 지금처럼 육식했고 일부는 잡식성을 보였으며 다른 일부는 초식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식 악어는 서식하던 시기나 대륙이 달랐으며 일부는 포유류와 같이 살고 일부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면서 "이는 초식 악어가 다양한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 악어가 트라이아스 말기 멸종 때는 풀을 뜯어 먹는 초식 악어로 진화했지만 백악기 말기 멸종 때는 살아남지 못하고 공룡과 함께 멸종한 이유와 먹이 환경이 이에 미쳤을 영향에 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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