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시진핑이 전한 김정은 메시지, 협상 진전으로 이어지길

입력 2019-06-27 22:47
[연합시론] 시진핑이 전한 김정은 메시지, 협상 진전으로 이어지길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미·중 무역분쟁 등 중요도 높은 현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예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비핵화 의지와 대화를 통한 해결, 한국과 화해 협력 추진 등이 골자다. 상당 부분은 지난주 북·중 정상회담 때 공개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정상회담 자리에서 직접 전언과 확인이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시 주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경제를 위해 외부 환경이 개선되고 조속히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되길 원했고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북미 3차 정상회담을 지지하며 북미가 유연성을 보이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미국 견제란 의도가 있긴 하지만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 본격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돌파구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요즘 움직임을 종합하면 북미는 일괄타결 방식과 단계적·동시 행동 방식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몇 차례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영변 핵시설 전부가 완전히 폐기된다면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며 중국의 역할에 거듭 기대를 나타냈다. 북미가 테이블 앞에 앉기 위해선 일괄타결과 단계적 방식 사이에서 접점을 구해야 한다. 북한의 진전된 핵시설 폐기와 이에 상응한 미국의 제재 완화 시나리오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있고 한미 등 양자 정상회담도 잇따른다. 이에 앞서 한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주요 의제로 상정한 셈이다. 북미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협상 재개를 중간에서 촉진하기 위해 외교력을 극대화할 때이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대해서 해결 방안이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답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듯 한중 협력이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두 정상은 민감도 높은 사안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유해발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중국군 유해로 확인되면 각별한 예우를 다해 송환하겠다고 성의를 보였다. 두 정상은 미세먼지 해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한중 간에 껄끄러운 현안도 있지만 외교·안보와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복잡한 방정식이긴 하지만 한중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노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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