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2명 중 1명은 '불륜 유전자' 보유"

입력 2019-06-28 07:01
"인간 2명 중 1명은 '불륜 유전자' 보유"

뇌과학으로 보는 불륜의 모순…나카노 '바람난 유전자'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불륜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다.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륜 소재 드라마나 영화가 끝없이 나오고 인기를 끈다. 유명인들 불륜 스캔들은 뜨거운 가십거리다.

이처럼 불륜을 둘러싼 우리의 시선은 다소 모순적이다.

일본 뇌과학자 나카노 노부코는 신간 '바람난 유전자'에서 왜 끊임없이 불륜이 일어나고, 왜 우리는 불륜을 비난하는지 뇌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일단 "앞으로 인류 사회에 불륜이 사라지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다.

인류의 뇌 구조가 일부일처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뇌 과학의 발전으로 성 행동(sexual behavior)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뇌 내부 물질 존재가 명확하게 밝혀졌다.

인간이 가진 유전자 중 단 1개의 염기 배열만 달라져도 성적인 행동이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형'에서 '불륜형'으로 바뀔 수 있다고 확인됐다.

대략 2명 중 1명은 일부일처제에 적합하지 않은 이른바 '불륜형' 유전자를 가졌다. 이들은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크고, 이기적인 특성이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있고 없는 것처럼, 불륜형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그는 "본래 일부일처제와는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 절반가량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 세상사를 고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불륜에 면죄부를 주자거나 불륜을 인정하는 사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불륜에 대한 비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회가 불륜을 비난하는 것은 도덕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뇌 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가정을 유지하는 노력을 회피하고 연애의 달콤함만 향유하는 '무임승차자'를 응징하려 한다.

여기서 불륜을 응징하는 행위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받아들여 지고, 이때 뇌에서는 쾌락이 동반되기에 사람들은 불륜을 더욱 거세게 비난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불륜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은 이유도 눈길을 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다. 인간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위기를 반복해 겪다 보면 뇌의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진다.

옥시토신은 연인이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에 대한 애착을 높여주고 불안과 긴장을 완화해 준다. 또한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외부 집단보다 월등하다고 여기게 한다.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지면 공동체 결속력이 강해진다.

일본은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국민들의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졌고, 그 영향으로 공동체의 기강을 뒤흔드는 불륜에 대한 비판도 강하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아픔을 많이 겪은 한국 역시 일본인들처럼 공동체의 결속이 강해졌고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불륜이 끊이지 않는 이유처럼, 불륜에 대한 비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모두 뇌와 관련이 깊은 셈이다.

결국 불륜은 사라지지 않고, 불륜에 대한 비난도 사라지지 않는 모순이 성립한다.

저자는 이러한 모순을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결혼이나 가족의 양상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륜을 박멸한다거나 반대로 결혼제도를 없애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모순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혹은 모순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고 행동하는 쪽이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일부일처뿐 아니라 일부다처, 공동혼이라는 형태도 채택해왔다.

'불륜=악'이라는 개념과 일부일처제가 절대 표준은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생물의 혼인 형태는 생존과 번식에 효과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요인으로만 결정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는 인류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혼인 형태도 그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키. 이영미 옮김. 22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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