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수구대표팀의 두 번째 연습경기…선수들 웃게 한 값진 한골
손발 맞춘 지 한 달 만에 경기체고 상대로 골 기록…"수구가 너무 재밌어요"
(수원=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와아아!"
여자 수구대표팀 라이언 하나윤(서현중)의 손을 떠난 공이 상대편의 골망을 가르자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반응만 봐선 승부를 가르는 '결승 골'인듯 싶었지만, 실은 20점 이상 뒤지고 있는 팀의 첫 골이었다.
2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체육고등학교의 다이빙장.
홍인기·진만근 코치가 이끄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은 경기체고 남자 수구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진 코치는 경기를 앞두고 "목표는 한골"이라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단 대표팀에게 지나치게 소박한 목표가 아닌가도 싶지만, 자세한 사정을 듣고 나면 과감한 포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은 이번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여자 수구 종목에 개최국 자격으로 사상 처음으로 출전했다.
총 출전국은 16개국이고 한국은 헝가리, 캐나다, 러시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상대인 세 팀 모두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수중 핸드볼', 혹은 '수중 럭비'라고 불리는 수구는 국내에서는 낯선 종목이다.
수영 인구가 많고 수영 인프라가 잘 구축된 유럽과 북미, 호주에서는 인기가 상당하지만 한국에서 수구를 알고 있거나 직접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에는 전까지 여자 수구대표팀이 없었다. 여자 수구 전문 선수도 전무했다.
지난 5월 26일, 대한수영연맹은 선발전을 통해 광주 대회에 출전할 여자 수구대표팀 13명을 뽑았다.
선수들 대부분이 경영선수 출신이었고, 고등학생이었다.
주장이자 맏언니인 오희지(전남수영연맹)가 23살이고, 막내인 조예림(덕소중)은 14살이다.
선수들은 2일부터 진천 선수촌에 입촌해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손발을 맞춘 기간은 한 달이 채 안 된다.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팀당 7명의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연습 경기도 불가능했다. 26일 경기 체고와 치른 경기가 대표팀의 첫 번째 연습경기였다. 당시 게임에서 대표팀은 한골도 넣지 못했다.
오후 2시께 연습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후 각자의 번호가 쓰인 모자를 쓰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경기체고 선수들은 공격 기회마다 공을 골대 안으로 꽂아 넣었다.
예상대로 대표팀은 고전했다. 슈팅의 파워는 약했고, 번번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체격에서도, 기술과 경험에서도 격차는 현격했다.
몇 골을 내줬는지 세기 힘들 정도로 실점은 계속됐다. 하지만 대표팀의 홍인기, 진만근 코치는 경기체고 선수들에게 더 강한 압박으로 대표팀을 밀어붙일 것을 주문했다.
대표팀에게는 "너희 안 싸울 거야?" 하는 승리욕을 건드리는 채근도 이어졌다. 선수들의 눈빛에 독기가 살아났다.
20골 정도를 내준 3쿼터 초반, 마침내 대표팀의 득점이 나왔다. 중학생 선수인 라이언 하나윤(서현중)의 슛이 경기 체고의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번째 연습경기 만에 대표팀이 기록한 첫 득점이었다.
선수들은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를 지켜보던 두 코치의 입가에도 살짝 미소가 번졌다.
이후에도 경기체고는 수없이 득점을 올렸다. 30번째 골이 들어갔을 즈음 경기는 끝났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물 위로 올라왔다. 표정은 밝았다. 소중한 '한골' 덕분이었다.
홍 코치는 경기 중 부족했던 부분을 선수들에게 되새긴 후, 훈련을 마쳤다.
선수촌으로 돌아가서는 선수들과 함께 녹화한 경기 영상을 보며 분석을 할 계획이라고 홍 코치는 말했다.
대표팀은 7월 14일 헝가리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공을 잡은 지 한 달 반 만에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팀을 상대해야 한다. 승리는 고사하고 한 골을 욕심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두 코치는 "선수들이 의욕도 넘치고 정말 열심히 하는데 현실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며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 선수에게 "헝가리를 상대해야 하는데 두렵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런 것보다는 수구가 너무 재밌고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린 선수의 씩씩한 대답에 선수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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