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조 "교과서 수정 동의한적 없어…예민한 부분 모두 고쳐"
한국당 '文정권 사회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 참석
나경원 "잘못된 교과서 전부 몰수·폐기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동환 기자 =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27일 교과서 수정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마련한 '문재인 정권의 사회 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과정이 공정하지 않고 불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2017년 9월 초 교육부 연구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2018년 3월 1일에 나가는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돼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달라고 했다"며 "고쳐줄 수 없다고 고함을 질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제 교육부 장관이 제가 동의했다고 하는데, 저는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저자와 여러 기술한 분의 동의 없이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어 박 교수는 "2017년 9월 이후 일체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며 "수정·보완 없이 출판된다고 생각했다. 집필 책임자인데도 수정이 돼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언론에서 문의가 들어오면서 213곳이 수정된 사실을 알았다고 언급하면서 "저에게는 한두곳만 고쳐달라고 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에서 예민한 부분은 모두 고쳐놨다"고 했다.
특히 '출판사가 저자들의 동의를 다 받은 것으로 확인한 서류를 받았다'는 유 부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제가 고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수정된 부분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스스로 자체 수정할 권한이 있다"며 "한 개만 고쳐달라고 했는데 고쳐주지 않으니 전부 내가 고친 것처럼 했다"고 했다.
또 한국교육과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앞으로 5년 정도 쓰일 교과서는 더 형편이 나빠졌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권력욕에 빠진 사람으로, 김구 선생은 통일을 위해 끝까지 희생한 분으로 꾸며놨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에 들어간 사진이 51매인데 34매가 집회·시위에 관한 사진이다. 촛불시위 사진도 모범적인 것처럼 실었다"며 "갈등이나 집회·시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4·19와 관련해 '언니·누나들은 피를 흘렸어요. 우리도 뒷길을 따르렵니다'라는 시를 보여주며 이런 시를 써보라고 한다"며 "통탄할 노릇이다. 이건 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하에게 살해됐다고 한다. 비리가 밝혀져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나"라며 "선(先) 산업화 후(後) 민주화가 정상적인데, 민주화 다음부터 경제가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프도 그런 것만 넣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집필자 손을 떠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교육부에서 누군가 손을 댄 것"이라며 "정작 폐기해야 할 것은 이 교과서다.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선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수정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지금 배포된 잘못된 교과서를 전부 몰수해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교과서 등에 대한 무자비한 관제 수정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조작 정권의 끝은 불법 조작 교과서에 이를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윗선의 지시자가 누구인지 끝까지 규명해 사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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