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암울한 인구통계, 국가적 역량 총동원해 대처해야

입력 2019-06-27 14:43
[연합시론] 암울한 인구통계, 국가적 역량 총동원해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매우 암울하다. 생산연령인구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노년부양비의 급증 등 하나같이 우리 미래에 큰 위협이 되는 수치들뿐이다. 저출산의 영향인데, 문제는 이 추세가 개선될 기미도 없고, 개선할만한 묘안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 2017∼2047년' 자료를 보면 전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천757만명에서 2047년 2천562만명으로 31.8%(1천195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총인구 중 비중도 73.2%에서 52.4%로 쪼그라든다. 이에 비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이 기간 707만명에서 1천879만으로 2.6배 정도 증가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에 대한 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는 36.7명에서 90.9명으로 세배 가까이 뛰고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령화지수'는 4배 가까이 높아진다. 태어나는 아이가 적다 보니 학령인구(6∼21세)는 급감한다. 846만명에서 524만명으로 38.0% 감소할 전망이다. 한 세대 뒤에는 교실이 텅 비고, 노인정은 북적거리게 생겼다.

전체 인구를 연령 순서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뜻하는 중위연령은 2047년 56.8세가 된다. 전남(63.1세), 경북(62.1세), 강원(61.9세), 전북(60.9세)은 60세를 넘어간다. 은퇴할 때가 임박한 연령층이 그 사회에서 중간 나이가 되는 것이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지 심히 걱정된다.

저출산이 갈수록 심화하기 때문에 이런 추계치는 일찌감치 예상됐던 일이다. 출생아 수는 올해 4월 2만6천1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41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인구가 줄면 아이들의 입시경쟁도 줄어들고 취업도 쉬워질 것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감당하지 못할 경제위기가 그보다 훨씬 빨리 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생산인구가 이 정도로 급감하면 국내총생산(GDP)도 현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먹여 살려야 할 인구는 그보다 훨씬 천천히 줄어든다. 즉 부양해야 할 인구는 많은데 생산인구는 적은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때 경제 운용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적절한 인구구성을 가진 시기에도 작은 내·외부 변수가 발단이 돼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이때는 적절한 정책과 온 국민의 합심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여지가 있다. 우리가 겪은 98년 외환위기 때 그랬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추계치 수준이 된다면 위기극복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11년간 126조4천720억원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추세를 막지 못했다. 작년 12월에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며 출산장려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출산을 막지 못하면 결국 인구가 초기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급격한 속도로 줄어 국가적 명맥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저출산 대책을 그만둘 게 아니라 성과를 낼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꾸준히 모집하고 과감히 실행해야 하며, 부진할 때는 책임을 묻고 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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