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美 관세 피하려 베트남 자회사 활용해 수출

입력 2019-06-27 10:38
중국 기업들, 美 관세 피하려 베트남 자회사 활용해 수출

태양광 패널 업체 '비나 솔라', 생산품 70% 대미 수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일부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에 설립한 자회사를 활용해 대미(對美) 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인 '이쩌 신 에너지'가 베트남 내 자회사인 '비나 솔라'를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이쩌 신 에너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2014년 베트남에 비나 솔라를 설립해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이쩌 신 에너지는 이후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베트남의 비나 솔라를 통해 대미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비나 솔라는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가공을 통해 완제품을 만들어 제3국에 수출한다.

제품에는 '메이드 인 베트남'의 라벨이 붙기 때문에 고율을 관세를 물지 않고 대미, 대유럽 수출이 가능하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70%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나 솔라의 직원은 베트남인 4천500여명과 중국인 28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진은 모두 중국인이며, 중간 관리자 가운데는 베트남인도 포함돼 있다.

비나 솔라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의 회사들로부터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생산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완제품을 만들어 대미 수출을 하는 합법적인 경로 대신 중국제품을 상표만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바꿔 단 뒤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 9일 웹사이트를 통해 대미 수출을 위해 베트남으로 들여와 불법적으로 베트남산 상표를 단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산물에서 직물, 철강,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10여종의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산인 것처럼 생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사례를 적발했다고 베트남 세관 당국은 밝혔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상당폭 증가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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