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이 앗아간 가족의 행복…사고 엿새만에 숨진 교사

입력 2019-06-27 10:34
만취운전이 앗아간 가족의 행복…사고 엿새만에 숨진 교사

"음주사고로 또 다른 이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은 20대가 낸 사망사고가 단란했던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27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0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한 도로에서 A(28)씨가 몰던 코란도 승용차에 치인 백정선(55·여)씨가 사고 엿새 만에 숨졌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를 향해 발을 뗐던 백씨는 자신을 향해 돌진해온 차량에 치여 20여m를 튕겨 날아갔다.

경찰은 딸과 통화하며 "치킨 사 가겠다"고 한 지 불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사고를 목격했던 시민은 백씨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고, 한달음에 도착한 가족은 백씨를 보고 울며 가슴을 쳤다. 병원으로 이송된 백씨는 중태에 빠졌으며 뇌 봉합 수술을 받았으나 지난 24일 숨을 거뒀다.

백씨는 삼례초등학교 교사이자 세 딸의 어머니, 한 남편의 아내였다.

그는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도 가족 끼니를 제때 챙기고 딸들과는 자매처럼 지냈다.

남편의 바쁜 사회생활도 폭넓게 이해하면서 살뜰히 내조했다고 한다.

백씨 남편은 생전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쏟았다.

남편은 "가족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오로지 가족만 바라보며 산 사람이었다"며 "퇴근할 때는 가족이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봐 치킨이나 만두 등 간식거리를 꼭 챙기곤 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실수로 한 가족의 꿈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며 "음주 사고로 인해 또 다른 이들이 고통받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94%였다.

경찰은 A씨가 음주 상태에서 과속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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