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대선경선 개막…첫 TV토론서 '반 트럼프' 선명성 경쟁(종합2보)

입력 2019-06-27 14:20
美민주 대선경선 개막…첫 TV토론서 '반 트럼프' 선명성 경쟁(종합2보)

건강보험·경제 등 주요 현안 놓고 트럼프 정책 직격…1라운드 열기

후보들,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중국 꼽아…이민문제도 핫이슈

플로리다서 이틀간 진행…'바이든 대세론'이냐 이변이냐 주목



(마이애미·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백나리 임주영 옥철 특파원 =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26일(현지시간) 첫 TV 토론을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무려 25명의 대선주자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기준 미달로 탈락한 4명과 토론회 일정 확정 후에 경선에 뛰어든 1명을 제외한 20명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첫 TV토론에 나섰다.

첫날 토론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을 비롯해 코리 부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존 덜레이니 전 하원의원,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 팀 라이언 하원의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지사가 참여했다.

이날 오후 9시(동부시간 기준)부터 에이드리엔 아쉬트 센터에서 NBC 방송 주최로 2시간가량 진행된 토론에서 경선 주자들은 건강보험과 경제를 놓고 먼저 맞붙었다.

토론은 NBC 패널 3명이 후보별로 돌아가며 질문을 던지고 답변에 다른 주자가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며 레이스에서 줄곧 상위권을 달리는 워런 의원은 "이 경제는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상층부의 얇디얇은 일부를 위한 위대함인가"라며 '트럼프 경제'를 직격했다.

부커 의원은 거대 기업 합병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에 기업 전횡에 제동을 걸 전담 판사를 두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워런 의원은 완전한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으로 보험체제를 개혁하면서 사적 건강보험을 폐지하겠다며 선명성을 내세웠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건강보험과 경제 이슈에서 워런과 함께 구조적 개혁을 주장하는 쪽에 섰다.

오로크 전 의원을 비롯한 워런의 라이벌들은 대체로 민영 보험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제도를 개혁하는 점진적 해법을 강조했다.

덜레이니 전 의원은 잘 작동되고 있는 근로자 사보험을 굳이 빼앗아갈 필요가 있냐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끌어냈다.

건강보험 문제는 토론에 나선 후보 10명 간에 가장 극명하게 차이가 드러나는 이슈였다고 미 언론은 풀이했다.



후보들에게 공통 질문으로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을 묻자 '중국'이라는 답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한 답변이었다.

이어 기후변화와 도널드 트럼프 자체가 위협이라는 답도 있었다.

인즐리 주지사는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내세웠고, 개버드 의원은 핵전쟁이 위협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민 문제도 핫이슈였다. 워런 의원 등 일부 주자는 토론에 앞서 이민자 캠프를 다녀왔다고 강조했다.

리오그란데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부녀 사진을 두고 카스트로 전 장관은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오로크 전 의원은 이민자들의 인권을 내세우며 이민문제 질문에 스페인어로 "우리는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토론의 최대 관심사인 '트럼프 때리기'에서는 민주당 주자들이 합심했다.

후보들은 전국에 중계되는 토론에서 '트럼프 대항마'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교두보로 삼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경선 주자 중에는 워런 의원처럼 무료 건강보험, 학자금 빚 탕감, 포용적 이민정책, 부유층에 대한 높은 세금 등 진보적인 정책을 우선순위에 둘 것을 주장하면서 극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그룹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른 한편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처럼 실용주의적 성향을 지닌 후보자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초당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온건한 정책 해법을 주장하는 덜레이니 전 의원 등이 있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출정식을 갖고 재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로써 제46대 대통령을 선출할 2020년 11월 3일 대선을 향한 공화·민주 양당의 16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이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진영 사이의 일전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뒤를 잇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포함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전직 기업인 앤드루 양, 존 히켄루퍼 전 콜로라도 주지사는 이튿날 토론에 나선다.

이번 조 편성은 무작위로 이뤄졌으나 여론조사 기준으로 상위 1, 2위 후보가 공교롭게 27일 조에 배치돼 둘째 날 토론이 사실상 '메이저리그'가 될 전망이다.





또다른 관심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세론'에 맞선 여타 주자들의 '바이든 때리기'를 통한 반전 시도다.

경선 초반이기는 하지만, 바이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유력 대선 주자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적어도 12번의 토론이 예정돼 있다"면서 선두주자 중 한명의 실책이나 하위 후보 중에서 눈에 띄는 퍼포먼스가 나올 경우 "레이스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각종 이슈를 몰고 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횡무진 행보 속에 민주당은 후보가 난립,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 상황에서 민주당 측은 이틀 간의 토론회를 계기로 흥행몰이에 나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TV 토론회는 향후 레이스를 앞두고 사실상 첫 관문으로 '컷오프'의 성격도 띠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3차례에 걸친 여론조사에서 1% 이상의 지지율을 올리거나, 개인 후원자 규모가 최소 6만5천명인 후보들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DNC는 다음 달 30∼31일에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CNN이 중계하는 2차 TV토론을 실시한다.

이후 다시 일부 주자를 탈락시킨 가운데 9월과 10월에 3, 4차 TV토론을 진행한다. 이때에는 지지율 2% 이상, 개인 후원자 13만명 이상 요건이 적용된다.

올해와 내년에 6차례씩 총 12회의 TV토론이 열린다. 대선 후보는 내년에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이어 전당대회를 거쳐 지명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 선언과 민주당 첫 TV토론이 모두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플로리다는 역대 대선에서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곳이다. 이곳의 승패가 전체 성적을 좌우하는 가늠자로 여겨질 정도로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이다.

플로리다에는 전체 대통령 선거인단(538명) 가운데 캘리포니아(55명), 텍사스(38명)에 이어 뉴욕과 함께 세 번째로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다. 스윙 스테이트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한편,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토론 후반부에서 NBC 패널 척 토드의 마이크가 기술적 실수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후보들에게 질문이 전달되지 않자 트위터에 "그런 끔찍한 고장이라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평소 눈엣가시로 여겨온 NBC를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전반에 대해 "지루하다"는 트윗도 남겼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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