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 단 10분" 첫 TV토론에 긴장하는 美민주 대선주자들

입력 2019-06-27 06:29
"주어진 시간 단 10분" 첫 TV토론에 긴장하는 美민주 대선주자들

토론장 안팎 준비 분주…26∼27일 양일간 10명씩 '120분의 전투'

간결하고 호소력 있게 존재감 부각 관건…군소후보 사실상 '죽느냐 사느냐'



(마이애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미국 민주당의 첫 TV토론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에이드리엔 아쉬트 센터는 오후부터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날 밤 9시인 토론 시작까지 5시간 정도가 남은 터라 청중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행사장 안팎에 생중계를 위한 방송 장비가 빼곡하게 설치됐고 각지에서 온 취재진도 출입증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후보의 선전을 바라는 지지자들도 응원 피켓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2만 지지자의 환호 속에 재선 도전을 선언한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날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마이애미에서 첫 TV토론에 나서며 본격적인 '2020 레이스'에 돌입한다.

27일까지 양일간 10명씩 나눠 진행되는 첫 TV토론은 전체가 120분에 불과해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정도다. 주어진 질문에 답할 시간은 60초이고 보충 발언 시간은 30초밖에 안 된다.

기승전결을 다 갖춰 발언하려다간 시간 초과로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못 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미 전역의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긴장에 압도되지 않고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를 간결하고 호소력 있게 전달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게 관건이다.



게다가 이틀간 이어지는 TV토론에서 이날 먼저 무대에 오르는 10명 중 상당수가 현재 지지율이 1% 미만인 군소후보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맹공하며 '트럼프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지난해 중간선거 당시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도전하며 존재감을 키운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뉴욕 시장으로 인지도가 있는 빌 더블라지오 정도가 유권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코리 부커·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과 털시 개버드·팀 라이언 하원의원,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지사, 존 덜레이니 전 메릴랜드 하원의원 등 나머지는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이번 토론에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해야 하는 필사적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후보에게는 이번 첫 TV토론이 사실상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클레어 매캐스컬 전 상원의원은 이날 이번 TV토론을 주관하는 NBC방송과의 대담을 통해 "유권자들이 상당수 주자의 이름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어떤 주자들에게는 이번 토론으로 (대선주자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선두권의 대선주자들에게도 10명씩이나 한 무대에 오르는 첫 TV토론에 대한 부담감은 작지 않다.

워런 상원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120분의 전투'가 될 TV토론을 두고 농반진반으로 "너무 힘든 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음날 무대에 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농담처럼 "이런 걸 토론이라고 하기엔 좀 과장 아니냐"라고 말했다.

행사장 바깥에서는 '남의 잔치'에 찾아와 트럼프 대통령을 뽑자고 외치는 공화당 지지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이들은 플래카드와 성조기를 들고 행인들에게 트럼프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트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현재 지지도 '톱5' 중 4명은 다음날 토론에 등판한다.

공개토론에 익숙한 노련한 주자들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30대 신예 부트지지 시장까지 포진해 있다 보니 시청자들에겐 아무래도 좀 더 흥미진진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첫날 TV토론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다음 날 토론으로 이를 극대화한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으로 보인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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