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억 배임' 코스닥 상장사 무너뜨리고 밀항 시도까지
검찰, 무자본 인수 후 회삿돈 유용한 '기업 사냥꾼' 구속기소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자기 자본도 없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 수백억 원을 마음대로 유용해 기업을 상장폐지 위기로 몰아넣은 '기업사냥꾼'이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을 저지른 주범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중국 밀항을 시도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코스닥 상장사 화진을 자기 자본 없이 인수하고 회사 자금 414억원을 다른 업체에 투자하거나 대여하는 방식 등으로 빼돌린 혐의(배임) 등으로 양모(50)씨와 한모(49)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이모(49)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 일당은 2017년 7월 주식담보 대출과 사채 등으로 583억원을 끌어모아 화진의 지분 42.98%를 자기 자본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했다.
경영권을 확보한 이들은 회삿돈을 마음대로 꺼내 썼다.
미리 무자본으로 인수해둔 다른 코스닥 상장사 2곳에 181억원을 자금 대여 명목 등으로 부당하게 퍼줬다. 전환사채 매입이나 다른 회사 지분 양수 등 투자 명목으로도 회삿돈을 유용했다.
이들은 허위 보도자료로 주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사기적 부정거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와 전혀 관련 없는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등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경영권 다툼 속에 물러난 이후 회사를 인수한 새 경영인도 회삿돈에 손을 대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 등에게서 경영권을 인수한 경영지배인 김모(60)씨는 2018년 10월부터 약 2달 동안 28회에 걸쳐 화진의 자회사 자금 32억원을 다른 회사에 부당하게 대여하고, 20억원 상당의 주식을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 역시 구속 기소했다.
양씨 일당과 김씨가 유용한 회삿돈 규모는 모두 466억원에 달한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전과만 5번이었으며 이 중 3번은 실형을 살았다. 한씨 역시 같은 전과로 실형과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김씨는 사기 전과가 19개에 달했으며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범행을 다시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씨는 구속 위기에 몰리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 그는 밀항 브로커에게 5천만원을 주고 중국 산둥성으로 가는 배에 탔으나 해경에 적발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화진은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연매출 770억원 정도를 올리던 중견 회사였지만 '사냥꾼'들에게 파헤쳐진 이후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코스닥시장에서 작년 9월부터 거래가 정지됐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의결됐다. 다만 회사 측의 이의신청으로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태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들 일당이 특정 종교단체와 연루됐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확인 결과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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