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깨닫는 것들, 생각보다 대단치 않을수도"

입력 2019-06-25 17:47
"디지털 시대에 깨닫는 것들, 생각보다 대단치 않을수도"

영국 미술가 매튜 스톤, 초이앤라거 갤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영국인 미술가 매튜 스톤은 작업할 때 먼저 투명한 유리판에 그림을 그린 뒤, 그림을 카메라로 촬영한다. 그 이미지를 3차원 소프트웨어로 다른 이미지와 합성한다. 이렇게 만든 디지털 이미지를 다시 캔버스에 프린트한다.

관람객 눈에 보이는 것은 캔버스에 물감을 쓱쓱 바른 듯한 그림. 그러나 과정을 알고 보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작업인 셈이다.

작가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고방식이나 소통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면밀히 살펴왔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말 중요한 변화와 원대한 가치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신과 세상을 바꾸려고 마음먹기도 하죠.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겪은 지금의 세대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가치를 되돌아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작가는 "원대한 변화가 찾아온 것 같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새롭게 자각한 것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26일 종로 삼청동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제목을 '작은 깨달음들'로 명명한 이유다.



이번 전시에는 약 20점의 작품이 나왔다. 고전풍이지만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컴퓨터그래픽과 회화, 사진을 한데 버무렸다. 추상과 구상이 혼재된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사랑 기쁨 자유를 담은 스카이 배너' 속 고전 조각상 같은 남자는 사랑, 기쁨, 자유 등 전통적인 가치를 뜻하는 단어가 적힌 배너를 몸에 들렀다. 유럽 지역의 하늘에 종종 띄우는 글자 배너에서 본떴다.

'푸른 구' 앞에서는 1961년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에서 지구를 본 구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감탄이 떠오른다.

전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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