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질인 믿음이 흔들리면…영화 '칠드런 액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을 말한다. 이 법은 법정이 미성년자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한다.
오는 7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칠드런 액트'는 이 법에 근거한 판결로 삶에 예기치 않은 일을 겪는 한 판사와 소년 이야기를 그린다.
존경받는 판사 피오나 메이(에마 톰슨 분)는 매일 일에만 매진하는 워커홀릭이다. 덕분에 결혼 생활은 파탄 직전이다. 남편 잭(스탠리 투치)과의 소원해진 관계가 수면위로 드러난 어느 날, 백혈병에 걸렸지만, 수혈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소년 애덤(핀 화이트헤드)의 재판을 맡게 된다. 당장 수혈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 애덤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 피오나는 그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각자의 삶에 예기치 않은 파장을 일으킨다.
피오나의 판결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법 감정과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칠드런 액트'에 비춰볼 때 보편타당하다. 피오나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관객은 생각한다. 그것이 생명과 직결되는 것일지라도 개인의 믿음에 따라 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인정해줄 것인지. 법정에서는 '생명'과 '존엄성'이 충돌한다. 이어 치열한 법정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고 관객은 예상한다. 그러나 영화는 치열한 법정 싸움 대신 판결 이후 달라진 피오나와 애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죽음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소년은 자신의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자 혼란에 빠진다. 그것이 자신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직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과 엮이게 된 판사도 자신이 그동안 믿은 것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두 사람의 혼란은 결국 본질적인 것 또는 본질적이라 믿었던 것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속죄', '체실비치에서'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매큐언은 영화 각본도 썼다.
원작이 섬세하게 스크린에 표현될 수 있었던 데에는 피오나를 연기한 에마 톰슨의 공이 매우 컸다. 소년에 비해 판사가 겪는 혼란은 비교적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에마 톰슨이 영화를 힘있게 끌어가면서 관객은 그를 따라가기만 해도 피오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덩케르크'(2017)에서 눈도장을 찍은 핀 화이트헤드가 애덤을 연기했다. 영화는 중반까지 핀 화이트헤드의 등장을 최대한 숨기고 싶었던 것 같은 연출을 보여주나, 국내에서는 그를 통해 마케팅하려던 까닭인지 오프닝부터 그의 이름이 한글 자막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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