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촌마을 위험한 해변가는 길 47년…이번에 해결되나
강릉 도직리 주민, 위험한 국도·철길 건너다니며 해산물 채취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47년째 위험한 철길 등을 건너다니며 해산물을 채취해온 강원 강릉시 옥계면 도직리 주민을 위한 통행로 개설사업이 추진돼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도직리 주민들에 따르면 1973년 동해고속도로 개설과 한라시멘트 공장 건설로 1㎞가량 떨어진 현재 거주지로 마을 전체가 집단 이주했다.
당시 88가구에 달했던 주민은 현재 50여 가구로 줄었지만, 주민의 70%가량은 요즘도 마을 앞 해변을 찾아 미역과 김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주민들이 해변에 접근하는 길은 매우 위험하고 불편했다.
주민들이 해변에 가기 위해서는 왕복 4차로인 7번 국도를 통과해 건널목마저 없는 철길을 아슬아슬하게 건너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는 관계기관이 철길 통행을 막기 위한 안전펜스까지 설치해 주민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안전펜스는 7번 국도 확장사업이 최근 준공하면서 안전 차원에서 철로를 따라 설치됐지만,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이 막히는 셈이 됐다.
이 마을은 바다로 가는 길뿐만 아니라 소방차가 교행할 수 있는 수준의 소방도로도 없다 보니 최근 산불로 주민 14가구의 집이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산불피해를 계기로 도직리 주민이 47년째 위험한 길을 건너다니며 생계를 이어 가는 상황을 접하고 최근 재난특별교부세 91억8천만원을 강릉시에 교부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예산의 일부를 통행로 개설을 위한 사업비로 사용하고, 강릉시가 추가로 예산을 편성한다면 주민이 안전하게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통행로를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도로와 철길 아래로 차 한 대 정도가 통과할 수 있는 규모의 지하 통행로를 희망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도로를 낼 때 생태 통로를 만들고, 논에 가는 길까지 내주는 마당에 영세한 주민 55가구가 바닷가로 미역 등을 채취하러 갈 수 있는 통행로는 당연히 배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석 도직리 이장은 "철길과 7번 국도 때문에 해수욕장 가는 길이 막혀 생존권 침해를 받아왔지만, 그동안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다"면서 "산불을 계기로 주민의 통행로를 만들어 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옥계면 직원과 이병남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 공동체복원지원단장, 진영 장관께 특별히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시도 재난특별교부세가 교부되자 주민이 요구해온 통행로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재난특별교부세의 절반가량을 한 마을의 통행로 개설사업에 쓸 수는 없는 만큼 지하 통행로와 지상 통행로를 놓고 어떤 것이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m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