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넘을라" 원샷 대신 반샷, 소주 대신 음료, 9시 전 귀가
"한 잔만 마셔도 범죄자"…제2 윤창호법 시행에 달라진 음주 풍속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오늘 차를 가지고 와서 술은 안 마시겠습니다.", "딱 9시까지만 마시고 일어날 겁니다."
'제2 윤창호법' 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4일 저녁. '한 잔만 마셔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회식 자리에서도, 지인 또는 가족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술잔을 기울였다.
술을 강권하지도, 술 대신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을 나무라는 이도 없었다.
'음주운전은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깔린 데다 내일부터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강화되면서 월요일 술자리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이날 저녁 춘천 동내면 거두리 한 숯불 고깃집에서 만난 회사원 박모(40)씨는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거부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는 절대 술을 권유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절대로 음주운전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얼마나 자주 회식을 하느냐는 물음에 박씨가 "두 달에 한 번 정도"라며 갸우뚱하자 마주 앉은 동료 김모(30)씨가 "두 달이 뭐냐, 6개월에 한 번 하는 것 같다"며 손사래 쳤다.
이들은 "회식 빈도가 점점 줄어드는 데다 윤창호법 시행 소식에 다들 엄청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는 회복이 어려운 만큼 지금보다 더 처벌을 강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날 고깃집을 찾은 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아예 '無알코올'로 회식을 하고 일찌감치 귀가하기도 했다.
사장 함모(53)씨는 "월요일은 술자리가 적은 데다 윤창호법 시행 소식 때문인지 차를 끌고 온 손님들도 적고, 일찍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석사동 스무숲 먹자골목 한 돼지고기구이 전문점에서 6개월여 만에 가족·친척들과 모임을 가진 심모(56)씨 일행도 과음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모임을 주도한 심씨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소주 1잔 마실 수는 있지만,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고 모임 전부터 신신당부하면서 심씨를 비롯한 7명 모두 차를 끌고 오지 않았다.
심씨의 조카 전모(43)씨는 "5∼6년 만에 버스를 타고 왔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며 "오늘은 1병 이상 마시지 않고, 늦어도 10시 전까지는 귀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또 "알코올 분해능력이 떨어져서 내일 아침에는 택시를 타거나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운전을 부탁할까 한다"고 했다.
동료직원의 인사발령 소식에 시내 한 족발집에서 '번개 모임'을 가진 공무원들도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모임을 끝내고 자리를 떴다.
평소처럼 주거니 받거니 마시기보다는 술잔 대신 음료수 잔을 부딪치거나, 한 잔을 두세 차례에 나누어 마셨다.
2차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집으로 향한 이들은 "음주는 습관이다. 걸리는 사람이 또 걸린다. 공무원 사회에서 성범죄와 음주사고는 용서가 되질 않는다"며 집으로 향했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0.05%에서 0.03%로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은 25일 0시를 기해 시행된다.
0.03%는 일반적으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나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측정되는 수치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체중 60㎏ 남성이 자정까지 19도짜리 소주 2병(720㎖)을 마시고 7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041%로 적발 시 면허가 정지된다.
따라서 과음을 하거나 늦게까지 음주를 한 뒤 다음날 출근이나 아침 운동 등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경찰은 앞으로 두 달간 전국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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