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재심, 당시 자료 없어 공소사실 특정 '난항'
판결문·수형인 명부 등 못 찾아…검찰 "최대한 노력"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 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이 24일 오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렸다.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공판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심 재판의 핵심인 공소 제기를 하려면 당시 재판과 관련한 판결문 등 직접적인 자료가 존재해야 하지만, 현재는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아 공소사실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판결문이 아니더라도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당시 수형인 명부를 찾아 재판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찾아보려고 했으나 직접적인 자료는 찾지 못했다"며 "군법회의에서 별도의 판결문 없이 사령관의 명령만으로 형이 집행된 점으로 미뤄, 여순사건이라는 혼란한 상황에서 판결문을 작성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학계와 지역 시민단체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큰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법적 절차 내에서 검토할 수 있는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어야 실체를 판단할 수 있다"며 "사법적 관점에서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각계각층에서 이번 재심 재판에 대한 의견을 주셨고 새로운 사실도 발굴한 것을 재판부가 확인했다"며 "가능하다면 무죄 판결을 하고 싶은 것이 재판부의 열망이지만, 검찰에서 공소사실을 특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두 달 정도 기일을 연장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공판기일에는 전문가 증언도 허가할 뜻을 밝혀 유족 측이 찾은 판결집행 명령서가 공소 제기에 반영될지 관심이다.
유족 측은 국가기록원에서 당시 사형을 결정한 군법회의와 관련된 판결집행명령 3호를 찾아냈다.
판결 집행명령 3호에는 공판 일시와 장소, 피고인 명단, 죄목 등이 나열돼 있어 법적인 자료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희생자 유족인 장경자 씨는 "국가가 지금까지 사죄를 한 번도 안 했는데 검사님으로부터 사죄의 말씀을 듣고 싶다"고도 밝혔다.
이날 순천지원에는 여순사건 유족과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 등 관계자 80여명이 찾았다.
재심 재판에는 순천 송산초교 6학년 13명이 여순사건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오는 8월 19일 오후 2시 세 번째 재심 재판을 열 예정이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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