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전자산 수요 급증…선진국 국채·금 가격 고공행진

입력 2019-06-24 15:53
수정 2019-06-24 16:22
글로벌 안전자산 수요 급증…선진국 국채·금 가격 고공행진

미국 10년물 2% 하회…독일·프랑스 10년물 최저기록

금값도 6년만의 최고…경기부진과 무역전쟁 등 '복합 불안'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글로벌 경기둔화에다 무역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장기화하자 안전자산에 돈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 국채들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익률(금리)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저점에서 형성되고 있다.

선진국 채권은 경제전망이 밝지 않을 때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이 주로 눈독을 들이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채권은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지난주 한때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수익률이 2% 선을 밑돌았다.

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18일 -0.322%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날 프랑스 10년물 국채수익률도 0.005%로 가장 낮게 떨어졌다.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독일 국채는 15년물 수익률도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네덜란드, 일본,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10년물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채권 수익률 붕괴가 올해 봄부터 뚜렷하고 신속했으며 그 범위는 글로벌이었다"며 "쉬운 돈(양적완화)의 시기가 끝난 뒤 통화정책의 정상 복귀를 지탱할 만큼 세계 경제가 튼실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채권 수익률의 하락은 투자자들이 경기침체(recession·일정 기간 지속적인 경제성장 감소)가 다가올 수 있다는 점,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로 개입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악화한 경기전망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WSJ은 국채수익률 하락은 그 원인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진, 미국 행정부의 관세위협에 따른 글로벌 무역성장세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 선진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안전한 국채의 수요까지 증가하는 현상도 목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몰린 포르투갈 국채의 최근 선전이다.

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당시 18%를 웃돌다가 지난 18일 한때 0.51%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노디아은행의 얀 폰 게리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핵심 시장들이 수익을 주지 않는 세계에서 포르투갈은 그나마 가장 안전하면서 가장 리스크가 큰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베렌버그 투자은행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안스가르 놀트는 "뭔가 안전한 것을 사려고 할 때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선진국 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의 가격은 6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금 현물은 24일 장중 한때 온스당 1천411.23달러까지 오르며 201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8월물은 한때 전장보다 0.84% 오른 온스당 1천414.80달러까지 상승했다.

로이터 통신은 금값 급등의 배경에 달러 약세, 점점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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