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못하고 관리 안되고, 대처도 미흡…신뢰 잃은 한빛원전

입력 2019-06-24 15:38
정비 못하고 관리 안되고, 대처도 미흡…신뢰 잃은 한빛원전

열출력 계산 잘못, 작업자는 무자격자에 경험 없어

기계적 결함 등 원인 규명 미흡…"주민, 전문가 등 참여한 광범위한 조사해야"





(영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한빛원전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는 정비와 관리·감독, 대처까지 모두 부실한 총체적인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운영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 관리·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모두 능력 부족만 노출해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안위가 24일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에서 발표한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사고는 시험 과정부터 이후 대처까지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동 승인을 받고 출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된 제어봉 능력 시험에서는 작업자의 잘못된 계산, 무자격자의 운전, 비정상적인 절차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당시 작업자는 반응도 계산(제어봉의 인출·삽입이 열출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을 잘못해 열출력 수치를 제한치(5%) 이하로 잘못 측정했다.

반응도를 계산한 작업자는 시험 경험도 없었고 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제어봉을 운전한 작업자는 관련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였고 관리자의 지시와 감독 없이 운전했다.

13시간에 걸친 시험을 진행하면서 작업자 간 시험 과정을 점검하는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이처럼 잘못된 시험으로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해 18.1%까지 치솟았는데 이후 대처도 문제였다.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었다면 운영기술지침에 따라 즉시 원자로를 수동 정지해야 했지만, 한수원은 출력이 안정 상태라는 이유를 들어 가동을 중지하지 않았다.

지침에는 원자로(제어봉) 시험 중 열출력 5%를 초과 시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한수원은 잘못된 수치를 토대로 열출력 수치를 잘못 계산했는데도 이를 근거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고 발생 이후 9시간이 지나서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열출력 초과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하자 뒤늦게 한수원은 당일 오후 7시 30분 계산이 잘못됐음을 확인하고 수동 정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시 2시간이 지나 한수원은 수동 정지의 필요성을 원안위에 보고했고 원안위의 지시를 받아 오후 10시 2분 가동을 중지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뒤늦게 이를 알아차리고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무려 12시간이나 원전이 그대로 가동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한 달 넘게 이뤄진 사고 조사에서도 안전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제어봉의 위치 편차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원안위는 '작업자 잘못'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왜 편차가 생긴 것인지, 기계적인 결함이 있었는지 등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원안위는 제어봉 위치 편차의 이유로 래치잼(걸쇠 오작동), 크러드(불순물) 침적이 유력하다고 했지만, 이물질 유입, 오정렬 등 기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당시 한수원의 조치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영광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원안위의 '셀프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주민들과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포함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광 주민과 환경단체 등으로 결성된 '한빛원전 범영광군민대책위원회'는 "원안위가 원자로 성능 및 한수원의 운영 기술 능력을 제대로 조사했는지 의문이다"며 "운영 능력을 의심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점검했다면 무자격자가 운전하는 이번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원전 관리와 규제 실패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전의 운영 능력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원안위에게서 원전 가동 승인의 권리를 해당 지자체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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