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협상재개 한층 적극성 띠는 美…"당장 시작할 준비돼 있다"(종합)

입력 2019-06-24 08:11
北과 협상재개 한층 적극성 띠는 美…"당장 시작할 준비돼 있다"(종합)

트럼프 친서 백악관 확인 이어 협상총괄 폼페이오 강한 대화 메시지

G20 미중 무역담판 앞두고 북미 양자 협상동력 확보 중요 판단한 듯

이란과의 긴장도 일부 영향 가능성…비건 '유연한 접근' 구체화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이 북미협상 교착 타개에 한층 적극성을 보이며 북한에 빨리 대화를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로 화답한 데 이어 북미협상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른 시일 내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하며 강한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담판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폭을 키우려 하는 와중에 북미 양자의 대화를 가급적 빨리 본래 궤도로 되돌려 협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친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중요한 논의를 이어가는 데 좋은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곧 재개되는지에 대해서도 "오늘 아침 북한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아마도 아주 진정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북한이 준비됐음을 보여준다면 "말 그대로 당장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만족을 표시했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깊고 중요하게) 생각해 볼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한 바 있다.

미국이 말 그대로 당장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역시 미국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백악관도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식 확인하면서 북미 정상의 연락이 계속 진행돼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이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한 대미압박에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기는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 교환을 계기로 협상 궤도로의 재진입에 더욱 강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을 계기로 한 정세 변화 속에 가급적 이른 시일 내로 북미협상 재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담판을 벌일 예정인 시 주석이 북한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미 양자 차원의 비핵화 협상 동력을 속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내심을 갖고 계속 미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북중정상회담 발언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생일축하 친서 속 내용도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상 간 친서외교로 서로의 신뢰를 재확인한 이후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접촉에서 기존의 '빅딜'에서 어느 정도 완화된 입장 제시를 통해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고 실무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느냐다.

실무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19일 민간행사에서 '북미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비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과 맞물려 협상 진입을 위해 실제 어느 정도의 유연성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들어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북미협상 재개에 실마리가 될 만한 제안 등이 친서에 포함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대이란 추가제재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시작하면서 "현재 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고 이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북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원칙을 에둘러 표명한 것이지만 제재이행을 위한 국제공조를 촉구하거나 하는 등의 언급은 없어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차원에서 다소 완화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 타격을 실행 10분 전에 중단시키고 이란에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으나 좀처럼 긴장 해소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과의 위기 상황에서 전선이 넓어질 경우 부담이 커지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이 더 커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북대응은 대이란·베네수엘라 대응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평가하는 일종의 기준이 되고 있어서 북한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좀 더 우선순위를 갖게 됐을 개연성도 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