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서 대규모 동성애자 축제…300만명 참가
보우소나루 성소수자 차별 발언 비난…'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상파울루 시에서 2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성애자 축제인 '파라다 게이(Parada Gay)'가 펼쳐졌다.
공식 명칭이 '성 소수자 프라이드 퍼레이드(Parada LGBT)'인 이 행사는 올해로 23회째를 맞았으며 주최 측은 행사 참가자가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행사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상파울루 시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시작됐으며 트럭을 개조한 행사 차량이 강한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거리행진을 했다.
파울리스타 대로 인근 쇼핑센터와 매장들은 성 소수자 프라이드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과 세계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 맥주 업체 암스텔, 화장품 전문업체 에이본 등 국내외 업체들이 행사를 후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성 소수자 차별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올해의 드래그 퀸'으로 뽑힌 모나 알리자(21)는 행사 차량에 올라 "올해 축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열린다"면서 "성 소수자들은 극우적 반응을 조장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가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브라질이 전 세계 동성애자들의 나라가 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 정책에서 동성애자 관광 분야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애버려 동성애 단체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상파울루 시장도 동성애자 축제가 고용과 세수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어 "상파울루 시는 '파라다 게이' 행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파울루 시 관광공사(SPTuris) 추산으로 지난해 '파라다 게이' 행사를 통한 관광수입은 2억8천800만 헤알(약 873억 원)에 달했다.
한편, 올해 '파라다 게이'는 성 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인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 6월 27∼28일 밤 미국 뉴욕 경찰은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이는 게이 바인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 들이닥쳐 동성애자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 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이후 스톤월 인은 성 소수자 인권운동의 성지가 됐다.
상파울루 '파라다 게이'는 1997년에 처음 열린 이래 규모가 갈수록 확대됐다. 첫 행사 당시 2천 명이었던 참가자 수는 10년 만인 2007년 350만 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상파울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캐나다 토론토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성애자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됐다.
'파라다 게이'는 카니발 축제, 국제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과 함께 상파울루 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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