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유력 존슨, 애인과 다툼 '노코멘트'…여론 '부글부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영국의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55) 전 외무장관이 애인인 캐리 시먼즈(31)와 자택에서 다툼을 벌였다는 논란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버밍엄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보수당 선거유세에서 대담자로 나선 LBC 라디오 방송의 이언 데일에게 논란과 관련해 수차례 질문을 받았으나 계속 답을 피했다고 BBC, 일간 더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TV로 생중계된 대담에서 존슨 전 장관은 처음 관련 질문을 받자 당황하며 "나는 국민들이 그런 것에 대해 듣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우리나라와 우리 당에 대한 내 계획에 대해 듣고 싶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직접적인 답을 하는 대신 "국민들은 내가 나라를 위해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물을 권리가 있다"고 둘러댔다.
데일은 존슨에게 "당신은 보수당 대표뿐 아니라 총리 후보자이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경찰이 당신의 집으로 출동한다는 것은 모두와 관련된 일이며, 당신은 이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재차 압박했다.
존슨 전 장관은 이를 "타당한 의견"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공약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
데일은 이후에도 애인과 다툼 논란에 관해 두 차례 더 질문을 던졌으나, 존슨 전 장관은 "확실히 앞서 말한 대로" 이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이 질문을 회피하자 청중 일부에서는 "질문에 답해라!"는 고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에 그는 "훌륭한 사람에게 야유를 보내지 말라"고 응수했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존슨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일간 가디언은 "존슨이 애인과 벌인 다툼에 관련된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면서 선거운동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슨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언론인 앤드류 짐슨은 일간 더 타임스에 실린 '유력 후보가 배짱으로 이 논란을 타개한다' 제하 칼럼에서 존슨 전 장관이 "통상적인 행동 기준을 어기며 대중의 주목을 받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며 보수당이 대표를 세울 때 존경할 만하고 자제력 있는 인물을 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하는 사람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새벽 존슨 전 장관이 애인 캐리 시먼즈(31)와 함께 사는 집에서 심한 말다툼 소리가 나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범법 행위나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이는 보수당 당 대표 경선을 1위로 통과한 존슨 전 장관이 2위인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과 총리직을 놓고 벌이는 마지막 대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진 것이라 큰 논란이 됐다.
약 16만명에 달하는 전체 보수당원은 22일부터 우편 투표를 통해 최종 당 대표를 뽑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22일 시작하는 주에 새 보수당 당 대표가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보수당 대표는 자동으로 테리사 메이 현 총리의 총리직을 승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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