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서 親러시아 정권 반대 친서방 야권 시위로 정국혼란
러시아 의원이 조지아 의회 의장석 차지하고 연설한 것이 시위 촉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하원의원의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의회 의장석 연설로 촉발된 조지아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친러시아-친서방 세력이 대립해온 조지아 정국이 혼란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의 친러시아 정책에 반대해온 친서방 성향의 현지 야당들은 전날 저녁 수도 트빌리시 시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날에도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적을 획득해 현재 우크라 수도 키예프에 머물고 있는 친서방 성향의 전 조지아 대통령 미하일 사카슈빌리도 '조지아의 꿈' 통치를 종식시기키 위해 21일에도 거리로 나오라고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
앞서 20일 시위에선 의회 건물에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경찰의 충돌로 양측에서 24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 등을 사용했다.
이날 시위는 정교회 국가 의회 간 모임인 '정교회 의회 간 회의'(IAO) 의장을 맡고 있는 러시아 하원 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제26차 IAO 총회를 트빌리시의 조지아 의회에서 개최하면서 의장석에 앉은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 당시 러시아군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브릴로프 의원이 조지아 의회 의장석을 차지하고 러시아어로 연설을 하자 장내에 있던 조지아 의회 친서방 성향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가브릴로프 의원이 내각제 국가인 조지아의 의회 의장석을 차지하면서 러시아의 조지아 지배를 상징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옛 소련에서 1991년 독립한 조지아는 지난 2008년 자국에 속했던 친러 성향 남오세티야 공화국의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바 있다.
곧이어 야권 지지자 약 1만명이 의회 주변으로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의회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다.
이라클리 카자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은 시위대의 요구에 밀려 21일 결국 사퇴를 발표했다.
가브릴로프는 귀국 후 러시아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조지아에서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과 연계된 과격 세력이 쿠데타와 권력 찬탈을 시도하고 있으며 서방이 배후에서 이를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트빌리시 시위는 러시아 혐오주의 성격의 도발"이라고 규정하면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사카슈빌리는 이번 시위를 여당 조지아의 꿈이 추진하고 있는 친러시아 정책에 대한 봉기라고 규정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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