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초중고 성별갈등 개선책 마련 착수…차별실태 조사
"학내 구성원 갈등이 혐오·젠더폭력으로 나타나…대안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 내 성차별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학내 성별갈등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에 학내 성별갈등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초중고 성차별 실태조사를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 간 갈등이 혐오·젠더폭력 형태로 드러나는 추세가 나타나 원인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교육청은 연구진에게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 성차별을 일으키는 문화를 분석하고 실제 어떤 성차별·폭력이 발생하는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학교현장용 성차별 방지 가이드라인 마련도 주문했다.
혐오폭력은 통상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 폭력을 말한다. 젠더폭력이란 생물학적 성(性)과 구별되는 사회적 성을 말하는 '젠더'에 기인한 폭력으로, 통상적 의미의 성폭력에 더해 스토킹과 디지털 성범죄 등을 포괄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상 혐오문화가 학생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면서 "실제 학생들이 어떤 문화를 접하며 생활하는지 파악해 그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이은 '스쿨미투'로 교육현장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바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스쿨미투가 나온 학교는 전국적으로 90여곳이 넘는다.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쉽게 성적 대상화 하는 성차별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성폭력 가해자가 교사만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1천명당 성추행·성폭력 피해 응답 건수는 1.3명으로 2017년 0.9명보다 0.4명 증가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디지털 성범죄인 불법촬영의 경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초중고에서 적발된 것만 980건이다. 학생이 학생을 불법촬영한 경우가 795건이었고 교원을 대상으로 한 경우는 185건이었다.
작년 10월 서울의 한 외국어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이 휴대전화로 여학생을 불법촬영했다가 피해자 신고로 적발된 적 있다. 최근에는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불법촬영했다가 적발됐으나 학교 측이 이를 덮으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초중고 내 혐오표현 사용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가 2017년 7월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여성 혐오표현을 접해봤다는 응답자가 59.3%로 나타났다. 혐오표현 발화자(복수응답)는 남교사가 48.5%로 최다였지만 남학생이었다는 응답도 45.0%로 관리자와 함께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어린 학생들도 학교에서 아무렇지 않게 여성 혐오표현을 쓴다며 페미니즘교육을 의무화해달라고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21만3천여명이 지지를 보내 청와대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성평등 교육을 포함한 통합인권교육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또 작년에는 청소년들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각 교육청에 대책을 촉구하는 집단민원을 내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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