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한 필, 죽어서 한 필…'소창'으로 본 민속문화
국립민속박물관, 근현대 직물인 강화소창 조사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살아서 한 필, 죽어서 한 필…….
인천 강화 지역에서 소창(小倉) 조사에 나선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들에게 쌍용직물의 김창현 대표가 전한 말이다. 소창은 목화솜을 자아내어 실을 만들고, 이 실을 평직으로 짠 전통 면직물이다. 김 대표 말은 아이 기저귀부터 관을 묶는 끈에 이르기까지 평생 소창과 밀접한 관계인 한국인의 생활을 보여준다.
전국에서 소창이 생산됐지만, 강화 지역은 조선 후기부터 소창 산업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1990년대 이후 저가 대체직물 등장 등으로 산업이 쇠락하면서 이제는 소창공장 아홉 곳 정도만 남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9 인천민속문화의 해' 사업으로, 강화소창을 다각도로 분석한 보고서 '강화의 직물, 소창'을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옛 신문기사를 비롯한 각종 자료 분석과 1년에 걸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창은 승정원일기, 고종실록, 황성신문 등에 고구라(古舊羅)로 등장한다. 이는 일본 소창 '고쿠라오리'(小倉織)에서 파생된 것으로, 일본 옷감과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소창은 전통적으로 농한기에 직조기로 생산됐다. 농민들은 면사를 산 다음 작태-가공-와인딩-후다·정경(整經)-연경-직조-검단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다 팔았다. 가내 생산량은 대여섯 마 정도였지만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됐다.
이번 보고서는 평생 소창산업에 몸담은 사람들만 아니라 소창을 가공해 상품화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담았다.
소창은 무속의례와 불교의례에서도 애용된다. 소창은 무속의례에서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 또는 삶의 질곡을 뜻한다. 절에서 49재를 지낼 때도 영가(靈駕)를 데려오기 위한 일종의 다리로 소창 30마가 사용된다.
민속박물관은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은 소창의 용어와 기원을 정리한 첫 보고서로서 의미가 있다"라면서 "근현대 민속문화 단절과 간극을 좁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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