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석문 제주교육감 "IB 고교과정, 수시만으로 대학 진학"

입력 2019-06-25 08:05
[인터뷰] 이석문 제주교육감 "IB 고교과정, 수시만으로 대학 진학"

"국제학교 추가설립 전 영어교육도시 방향성 재논의부터 해야"

"'아이 한명 한명 존중받는 교육' 실현 위해 평가·리더십 혁신"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25일 "국제 바칼로레아(IB) DP(Diploma Programme, 고교 과정) 도입 학교는 수시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IB DP를 한국어화해 공교육에 도입하려는 계획을 설명하며 "IB DP 학교는 수시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학교가 될 것이기에 대입 연계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국제학교 추가 설립과 관련해서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방향성을 재논의할 시점이 왔다"며 "그 논의를 한 뒤에 추가설립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재선 취임 1주년 소감은.

▲ 지난 1년은 대한민국 교육의 100년을 바라보며 걸어온 1년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의 기반이 되는 '국제 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를 확정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학교 현장을 만드는 데 지원을 확대했다. 그 노력이 아이들의 높은 행복감으로 나타나 뜻깊다.

반면 몸과 마음의 건강 문제로부터 나타나는 전국 비만도 1위 등의 문제들은 풀어야 할 과제다.

-- 주요 공약 추진상황은.

▲ 전국적 관심을 끄는 공약인 '한국어 IB DP'는 지난 4월 대구교육청, IB와 추진을 확정했다.

'교육복지특별도'는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유·초·중·고 무상급식을 실현했고, 올해부터 중·고교 무상교복을 시행했다. 다자녀 가정에 대해 방과 후 학교 수강권을 지원하고 있고, 4대 질병에 대한 치료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전국 최초로 상설 기구로 운영하는 '제주교육 공론화위원회'도 의미 있는 공약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 1호 의제로 '중·고등학생 교복 개선'을 선정했다. 교육 의제를 중심으로 숙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 '한국어 IB DP' 공교육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지난 4월 IB DP 한국어화를 확정했고, 합의안에 따라 2022∼2023년 2년간 DP 과정을 운영한 후 2023년 11월에 처음으로 IB 외부평가를 치른다. 올해 2학기에 시범학교를 지정해 운영에 들어간다.

수능 출제 경향에 맞춘,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지금의 평가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아이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소진할 뿐이다.

제주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 국제학교가 있다. 성장기부터 1(국제학교)대 99(일반학교)로 나뉘는 구조다. 국제학교 교육과정인 IB를 공교육에 도입함으로써 아이들을 존중하는 평가·수업을 하고, 교육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대안도 IB가 줄 수 있다고 본다. IB DP 학교는 수시만으로 대학을 들어가는 학교가 될 것이기에 대입 연계에 대한 우려는 없다.

-- 제주교육 공론화위원회가 운영에 들어갔다.

▲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전문분야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하게 얽히고 있다. 그에 대한 민원 역시 다양한 경로로 표출돼 교육청만으로는 대응과 해결이 어렵다. 도민, 전문가, 교육 가족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공론화를 통해 교육정책과 행정에 대한 신뢰와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자치와 참여·숙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의미 있는 결실이 될 것이다.

(녹지국제병원 관련 공론화 결과를 뒤집은 결정을 내린) 제주도의 사례는 내부의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쟁점에 대한 정책 판단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 ACS 국제학교 설립계획을 불승인했다. 국제학교 추가설립을 반대하나.

▲ 학교의 숫자만 늘린다고 영어교육도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학교의 질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기존 일부 학교도 누적 적자가 많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줄고 있어서 학생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학교를 더 지으면 과연 학교의 질이 제대로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영어교육도시가 잘 운영되려면 학교의 질이 잘 관리돼야 한다. 영어교육도시의 방향성을 재논의할 시점이 왔다. 그 논의를 한 뒤에 추가 설립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 제주도정, 제주도의회와는 협력이 잘 되고 있나.

▲ 전국에서 협력이 제일 잘 되는 곳이 제주라고 자부한다. 도세전출비율 상향, 무상급식, 무상교복, 특성화고 좋은 일자리 만들기, 안전한 등굣길 조성, 다목적체육관 건립 등의 성과들이 모두 긴밀한 협력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사안이라면 초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



-- 근대사 교육과 관련해 타 교육청과 연대하고 있는데.

▲ 광주교육청과는 4·3평화인권교육, 5·18민주화교육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포럼도 열었다. 광주를 시작으로 연대를 확대하려 한다. 경남교육청과는 3·15를 매개로 교사 연수가 이뤄지고 있고, 그 외 지역과도 앞으로 협력을 넓히려 한다. 협력 확대의 기반으로 4·3평화인권교육에 대한 도외 교사 연수를 매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년 전국 교사 1천명씩 10년간 총 1만명을 연수하고, 이 1만명의 교사들이 300만명의 아이들에게 교육을 한다면 4·3의 전국화는 매우 빠르게 실현될 것이다.

-- 남은 임기 계획과 포부는.

▲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평가 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지원, 리더십 혁신 등 '3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IB 한국어 추진 확정으로 평가 혁신의 역사적인 첫발을 디뎠다. 근대교육 100년 역사 이래 한국교육의 가장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일상에서부터 존중받는 교육을 충실히 이루겠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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