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무력충돌 발생하면 유가 150달러 넘을 듯"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상황이 무력충돌로 이어지면 그 정도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무력분쟁이 발생하면 공급에 타격을 주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헨리 롬은 중동 내 국지전도 원유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걸프만 외에도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롬은 "국지전 발생 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고 중대한 분쟁이 발생할 때는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공화당계 정책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랍 문제 전문가 마이클 루빈도 "원유는 이전에도 배럴당 100달러였던 적이 있다"며 "충돌이 발생하면 실제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 피격에 이어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은 중동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해 "이란이 매우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자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4% 급등한 배럴당 56.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2.63달러 상승한 배럴당 64.45달러로 마감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쇼크'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원유 거래 중개업체인 PVM 오일 어소시어츠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브렌녹은 "배럴당 100달러는 과대평가"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 예외 조치를 끝내면서 이란산 원유가 하루에 50만 배럴이 추가로 사라졌어도 원유시장이 거의 개의치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강조했다.
브렌녹은 "글로벌 유휴 생산능력이 충분하고 미국의 원유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원유 공급 쇼크의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감소 전망이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감소 전망을 상쇄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부문 대표 헬미아 크로프트는 현재 시장이 중동 긴장보다 무역전쟁과 세계 교역국 간 확대되는 보호주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프트는 현재로서는 시장에 전쟁에 대한 공포가 퍼져있지 않다며 "사람들은 중동의 에너지 공급에 실제 차질이 생기는지 관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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