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차기 총리 후보 2인 존슨과 헌트의 브렉시트 전략은
강경론자 존슨 "10월 31일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
헌트 "'노 딜' 브렉시트는 정치적 자살행위"…추가 연기에 열려 있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차기 영국 총리 후보가 보리스 존슨(55)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52) 현 외무장관 2명으로 압축되면서 이들이 최대 현안인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국민투표 후 취임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EU와의 합의에는 도달했지만, 의회 승인에 실패하면서 결국 총리직 사퇴를 결정했다.
최종 결선에 오른 존슨은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다.
2016년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이번 보수당 대표 경선과정에서도 브렉시트와 관련해 강경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존슨은 오는 10월 31일을 기해 무조건 EU에서 탈퇴한다는 입장이다.
존슨은 경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브렉시트) 연기는 패배를 의미한다. 연기는 코빈(노동당 대표가 정권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하면 우리 모두 죽게 될 것(kick the bucket)"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노 딜'에 충분히 대비해야만 오히려 합의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당 대표 및 총리가 된다면 새 브렉시트 협상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0월 말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하지 못할 경우 사퇴할 것인지를 묻자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존슨은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불리는 390억 파운드(약 57조원)에 달하는 브렉시트 재정분담금을 EU와의 재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중에서 '안전장치'(backstop)를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단 '안전장치'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민주연합당(DUP)은 이에 반발해 왔다.
존슨 사임으로 외무장관을 맡은 헌트는 2016년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를 지지했다.
이전에는 6년간 보건부 장관을 맡았다.
존슨과 달리 헌트는 '노 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헌트는 그동안 존슨의 브렉시트 접근방식이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지난 16일 공영 BBC 방송의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해 "존슨이 내놓은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10월 31일에 탈퇴한다는 것으로, 영국을 '노 딜' 브렉시트 상황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노 딜' 브렉시트나 그로 인한 조기 총선은 보수당이 가진 최선의 방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헌트는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 직후에도 '노 딜' 브렉시트 강행이 보수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 총리가 '노 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면 의회의 정부 불신임 후 조기총선 개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근 지방선거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하면 보수당이 패배해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헌트는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EU 지도부와 브렉시트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헌트 역시 '노 딜'에는 반대하지만 이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 딜' 브렉시트가 브렉시트를 아예 단행하지 못하는 '노 브렉시트' 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헌트는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도 열려 있다.
다만 추가 연기를 할 경우 언제까지를 데드라인으로 정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