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가도 속도 낼 성과 절실한데…'북중 밀착' 불편한 트럼프

입력 2019-06-21 00:12
재선가도 속도 낼 성과 절실한데…'북중 밀착' 불편한 트럼프

다음주 G20 미중무역담판 목전 대미 지렛대 키운 中 부담

中의 북미협상 개입폭 확대시도 거북…시진핑 통한 金메시지 전달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처음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미국의 시선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 모두 양국의 밀착을 대미 지렛대로 쓰겠다는 속내를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북한 비핵화 협상 및 중국과의 무역담판이라는 두 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일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중앙(CC)TV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평양에서 회담한 뒤 긴장 완화를 위한 여러 적극적 조치에도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협상 지속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면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 역시 "중국은 조선(북한)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제재완화를 두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의 발언에 담긴 '가시'부터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무역담판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김 위원장과의 밀착을 대미 압박 카드로 쓰려는 시 주석의 의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시 주석의 평양 도착 약 9시간 전에 북한과 연계된 중국 소재 회사에 은행 계좌를 열어준 러시아 회사를 제재, 중국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공조에서 이탈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주로 다가온 G20 미중 무역담판은 북한이라는 대미 지렛대를 추가한 시 주석과 재선 도전 공식 선언 이후 지지층 확대를 위한 대내외 성과 확보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과 북중정상회담은 그렇지 않아도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는 북미협상의 전망을 계속해서 구름 낀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G20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북미협상 재개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으로서도 무역담판을 유리하게 이끌 카드의 하나로 메신저 역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중국이 메신저가 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폭을 넓히는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입김 차단을 위해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독자적 노력에 좀 더 신경을 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전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공개강연을 통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비건 대표의 공개강연 4시간 후 미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회피를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유연한 접근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연말을 시한으로 내걸고 '새 계산법'을 압박해온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인내심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협상 재개의 가능성을 닫지는 않되 미국의 유연한 접근에 대한 신뢰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관측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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