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등 차기 지도부 인선 결론 못내…"30일 재논의"(종합)

입력 2019-06-21 08:52
EU, 집행위원장 등 차기 지도부 인선 결론 못내…"30일 재논의"(종합)

메르켈-마크롱, 집행위원장 선출 놓고 대립…막후 조율 주목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0일 오후 브뤼셀에서 정례 정상회의를 열고 차기 EU 지도부 인선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정상들은 이날 만찬을 시작으로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고 차기 EU 지도부 선출 문제에 대해 집중 토론을 이어갔지만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EU 정상들은 오는 30일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차기 지도부 인선문제를 재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자정을 넘긴 뒤 EU 관리의 말을 인용해 EU 정상들이 차기 EU 지도부 인선 문제에 대해 합의에 실패했으며 오는 30일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정상들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문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를 벌였으나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 뒤 차기 EU 지도부 인선 문제에 대해 물밑조율을 벌여왔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EU의 두 핵심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소속인 메르켈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회 제1당인 EPP의 만프레드 베버 의원를 EU 집행위원장으로 적극 밀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정상들은 베버 의원이 행정부 경험이 전혀 없는 점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EU 정상회의에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또 EU 정상회의에서 추천한 집행위원장 후보는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표를 받아야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다.

EPP는 이번 선거에서 제1당을 유지했으나 의석을 상당수 잃어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S&D) 그룹 및 중도 성향인 리뉴유럽(Renew Europe)그룹과 연대해야 유럽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EPP의 베버 의원에 맞서 S&D 그룹에선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리뉴유럽 그룹에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을 각각 집행위원장 후보로 내세우고 있어 절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 등 일부 EU 정상들이 강력히 반대하는 EPP의 EU 집행위원장 후보인 베버 의원의 낙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EPP 내에서 프랑스 출신인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여성 3인이 대안 후보로 거론된다.

EU 정상들은 오는 30일 다시 모여 차기 EU 지도부 인선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만큼 21일부터 물밑조율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집행위원장 후보는 EU 내 다른 요직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의회 의장,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의 인선과 연계돼 패키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 3개 이상 정치그룹이 연대해야 차기 지도부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그룹과 빅5 자리를 놓고 주고받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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