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임박'…버스 기사 채용박람회 북적

입력 2019-06-20 16:32
'주 52시간제 임박'…버스 기사 채용박람회 북적

경기지역 30개 사업장 참가…수원서 21일까지 열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내 몸만 건강하면 다른 직장보다 오래 일할 수 있고, 웬만한 중소기업 부장 월급 정도는 나오니 괜찮지 않아요?"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경기버스운송사업조합이 다음 달 버스사업장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버스 기사 채용박람회에는 최근 일자리 사정을 보여주듯 많은 구직자로 북적였다.

경기도가 시행하는 '버스 운수 종사자 양성 교육'을 2주간 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 교육센터에서 받았다는 A(41) 씨는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는데 어릴 때부터 꿈꿨던 버스 운전을 해보고 싶어 양성교육을 받다가 여기서 채용박람회를 한다고 알려줘 왔다"고 말했다.

A 씨에게 임금, 복리후생 등 근무환경 등을 상담을 해 준 시흥의 한 업체 직원은 "등·초본, 운전경력증명서 등 구비서류를 갖춰 다음 주 회사로 와 면접을 보라"고 채용 일정을 안내했다.

이번 행사에는 경기지역 30개 주요 버스사업장(300인 이상 고용 17개 업체, 300인 미만 고용 13개 업체)이 참가해 부스에서 저마다 1대 1 상담을 진행했다.

오후 2시 행사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3층 컨벤션홀 앞 로비에는 수백명이 구직자들이 몰려 준비해온 이력서를 꺼내 한 번 더 확인하거나 채용정보 책자를 꼼꼼히 살피는 이들도 있었다.

행사장에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많이 찾았고 여성 구직자들도 눈에 띄었다.

7∼8년 전에 1년간 버스 운전을 했었다는 윤모(50) 씨는 "예전에 버스 몰 때는 새벽 3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와서 보니 지금은 자녀학자금, 우수사원 해외연수, 노부모 위로금 지급 등 복리후생이 꽤 좋아졌다"며 업체별 복리후생 정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윤 씨는 "월급은 조금 적어도 학자금 지원, 수당 등과 같은 복지가 얼만큼 지원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사로 일했다는 50대 후반의 남성은 "서울 집 근처 마을버스 회사에 취직하려고 전화했는데 시큰둥해하길래 경기도 업체로 알아보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채용 안내와 상담이 진행된 부스마다 구직자들이 몰려 자리가 모두 차는 바람에 상당수가 서서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었다.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지난주 300명 넘게 면접을 봤고, 현재 600명가량 기사 충원이 필요하다"며 "제때 충원이 안 되면 주 52시간제 적용되는 다음 달부터 일부 노선 감축과 배차 간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경기도는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박람회가 기관마다 시행 중인 운전인력 양성 과정과 신규 채용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버스업체와 구직자 간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3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은 모두 21개로, 6천447대 버스를 운행한다.

이는 경기도 전체 시내버스 1만584대의 61%에 해당한다.

'격일제' 근무를 '1일 2교대'로 전환해 주 52시간 근무에 맞추려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1만4천500∼1만6천100명의 버스 기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기도의 버스운전자 양성 노력에도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에 고용된 운전자 수는 1만3천명 수준이다.

필요한 인원에 1천500∼3천100명 부족한 상황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을 열흘 남겨둔 상황에서 1천500명 이상을 충원하기는 무리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버스 업계에 3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gaonnu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