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 "송환법 철회 안 하면 21일 정부청사 포위 시위"

입력 2019-06-20 12:20
홍콩 시민들 "송환법 철회 안 하면 21일 정부청사 포위 시위"

23일 일요일 시위는 않기로…7월 1일 주권반환일 시위에 집중

입법회, 야당 반발 심한 '국가법' 심의도 연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21일에도 홍콩 정부청사 주변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 등 7개 대학 학생회는 정부에 4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이날 오후 5시까지 이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4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회 ▲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12일 시위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등이다.

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시위 참여자 32명을 체포했으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7개 대학 학생회는 정부가 이날 오후 5시까지 4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1일 정부청사를 둘러싸고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하철역에 인파를 집결시켜 지하철 운행을 저지하는 등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최근 홍콩 시위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도 21일 시위 참여 독려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청사는 물론 입법회, 경찰청 등을 포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자발적인 '3파'(노동자 파업, 소상공인 휴업, 학생 동맹휴업)를 벌이자는 의견 등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이 참여한 시위와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21일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9일과 16일은 모두 일요일이었다.

하지만 23일 일요일 시위는 전개하지 않고, 대신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일 시위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7월 1일 이전에 다른 시위를 벌일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민의를 보여주기 위해 시민들은 해외여행 등을 자제하고 7월 1일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12일 입법회 주변 시위 이후 열리지 않았던 입법회는 전날 의정 활동을 재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송환법에 반대하는 고공 시위를 벌이다 추락사한 30대 남성 량(梁)모 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고, 이어 12일 시위 때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중파 의원들은 입법회에 참석하지 않아 야당과의 대결을 애써 피하는 모습이었다.

입법회 사무국은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는 '국가법(國歌法)' 추진도 연기하겠다고 밝혀 18일 캐리 람 장관의 대시민 직접 사과에 이어 범민주 진영에 유화 제스처를 계속 보이는 모습이다.

국가법은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모욕적인 행동을 하거나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법은 당초 7월 10일 2차 심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이번 연기로 가을 회기에서나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회의 앤드루 렁 의장은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제는 잠시 옆으로 던져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