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청 보고서 파문…고령자 연금생활 실태 어떻길래?
78세까지 일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할 수 있을 동안 일할 수 밖에'
전문가, '더 어려월질 젊은 세대, 조기에 자산형성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니 노후를 위해 2천만엔(약 2억원) 정도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금융청 보고서가 일본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금생활 실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금융청 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했다며 정식 보고서로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연금생활자들의 생활실태는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히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일 NHK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만 사는 가구의 퇴직금 등을 제외한 2017년 연간 평균소득은 318만 엔(약 3천450만 원)이었다.
후생노동성이 매년 실시하는 '국민생활기초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해 고령자 가구의 평균소득 내역은 ▲공적연금이 211만 엔으로 66% ▲근로소득이 70만 엔으로 22% ▲자녀 등에게서 받은 돈 17만 엔 등이었다. 공적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가구는 전체의 52% 정도였다.
퇴직금이나 저축 등의 여유자금이 없는 사람은 연금 이외의 소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면 샐러리맨들이 가입하는 후생연금 수급액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월 평균 후생연금 수급액은 2007년 16만1천59 엔에서 2017년에는 14만7천61 엔으로 1만여 엔 줄었다.
도쿄도(東京都)내의 경비회사에서 일하는 고야마(小山禎二. 62)씨는 51세 때 이 회사에 취업해 하루 8시간씩, 주 6일 근무한다. 급여는 수령액 기준 월 20-25만 엔 정도. 대학 졸업 후 영업직 정규사원으로 일했지만 15년 전쯤 누이와 함께 애견미용센터 경영을 시작했다 불황에 인건비가 겹쳐 가게문을 닫았다.
정규 직원으로 일할 때 모았던 저축이 바닥나 세금과 사회보험료 100만 엔 정도를 내지 못해 자동차를 없애는 등 지출을 줄이고 사람을 구하던 지금의 경비회사에 취업한 끝에 재작년에 겨우 체납액을 완납했다.
고야마는 올해 97세인 어머니를 30년간 부양해 왔지만 어머니가 받는 국민연금은 월 4만 엔에 불과, 나머지 생활비는 자신이 부담한다. 자식이 없는 그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족이 함께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에서 작년부터 연금생활을 하는 누이와 동거하면서 월 10만 엔 씩 분담해 3명의 생활비로 쓰고 있다.
65세부터 받게될 자신의 연금은 현재 수입의 절반 이하인 월 10만 엔 정도여서 생활비로 다 나갈 걸로 보고 있다. 건강할 동안은 70세가 넘어서도 계속 일할 생각이지만 여행이나 음악회 등의 취미생활 비용은 서서히 줄이고 있다.
그는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할 수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일하고 일할 수 없게 되면 의식주를 제외한 취미 따위에 드는 비용은 아예 없이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금생활자인 도쿄 아다치(足立)구에 사는 가와무라 사다오(川村貞男. 78)씨는 유력 손해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매달 연금보험료를 납부했다. 지금은 월 9만6천 엔 정도의 연금을 받는다. 매달 지출은 집세 6만1천 엔, 식비와 광열비 5만5천 엔 등 11만 엔 정도다.
젊은 시절 동경했던 전국 각지 여행은 포기했다. 여행과 역사에 관한 DVD를 조금씩 사 모아서 보는걸 그나마 취미로 삼고 있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주 5일 청소일을 하고 있다.
작년에 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걱정이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될 때에 대비해 저축이 필요해 할 수 있는한 지금의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내가 설마 78세가 돼서도 일할거라고는 젊을 때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아직 일하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사정이 더 어려워질 지금의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 연금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보장 문제 전문가인 스즈키 사토시(鈴木準)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장은 "노후에 2천만 엔이 필요하다는 금융청 보고서는 금리변동과 노화에 따른 소비감소 등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엉성한 계산이어서 국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게 확실한 만큼 되도록 조기에 저축과 투자 등 자산형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