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수석 한자리서 대북메시지…비건 '유연한 접근' 주목

입력 2019-06-20 02:54
한미 북핵수석 한자리서 대북메시지…비건 '유연한 접근' 주목

북미교착 속 "협상의 문 활짝 열려…전제조건 없다" 적극 유화메시지

시진핑 방북 전날 워싱턴서 이례적 공개강연…中의 건설적 역할 압박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미 워싱턴DC에서 한목소리로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미협상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며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된 북미교착 해소에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애틀랜틱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워싱턴DC에서 연 전략대화 행사에 나란히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이들은 각자의 기조강연을 마친 후 한 자리에서 앉아 질의응답도 소화했다.

북미협상이 교착을 면치 못하고 남북대화도 좀처럼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공개적으로 대북 메시지 발신에 나선다는 점에서 행사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20∼21일로 갑작스럽게 발표되고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대화 모멘템 확보 가능성이 주목되면서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 발신에 더 이목이 쏠렸다.



이런 가운데 비건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북미가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연말까지 시한을 정한 채 '새 계산법'을 압박하고 미국은 '나쁜 합의보다는 합의를 않는 게 낫다'고 버텨온 상황에서 서로가 한발씩 물러서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고 결실을 거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에 아주 신중하고 싶다"면서도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전제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또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미국의 대북협상 실무대표로서 협상교착이 계속되다간 자칫 협상의 동력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화할 수 있음을 감안, '유연한 접근'을 염두에 둔 실무협상 재개를 북한에 촉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그는 "(북미) 정상이 약속한 이니셔티브의 풀세트(full set)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나 우리는 모든 것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포괄적 합의의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중국은 (대북정책에 있어) 100% 우리와 동의한다"면서 "시 주석이 방북을 통해 건설적 메시지 전달을 계속하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언급,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중국의 대북압박 공조 이탈을 우려하는 동시에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미협상의 모멘텀 확보 가능성에 미국이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본부장도 북한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및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포괄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는 등 비건 대표와 대체로 결을 같이 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 국제제재를 계속 이행해나갈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제재가 '만능해법'(Magical solution)은 아니며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가져오는 도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협상교착 국면에서 대북 최대압박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미국 내 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본부장이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민간 행사에서 공개강연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메시지 발신의 대상으로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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