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한전' 전기구입비 19개월만에 최저치…실적 개선 이어지나

입력 2019-06-20 07:01
'적자 한전' 전기구입비 19개월만에 최저치…실적 개선 이어지나

5월 SMP 작년보다 9.4% 하락…국제유가 하락·발전용 LNG 세제개편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달 한전이 전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국제유가 하락 덕에 1년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일 한국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지난 5월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78.99원으로 2017년 10월 72.41원을 기록한 이후 1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전력도매가격인 87.22원과 비교해도 10% 가까이(9.4%) 낮아진 것이다.

최근 3년간 전력도매가격이 가장 비쌌던 올 3월 kWh당 112.1원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30% 가까이 전력도매가격이 하락했다.

'계통한계가격'이라고도 하는 전력도매가는 전기 1kWh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단가이며 실시간 전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발전사들은 가동된 발전기에서 생산된 발전량에 전력도매가를 단가로 적용해 한전에 전력을 판매한다.

통상 전력도매가는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달 전력도매가 하락의 큰 이유도 국제유가가 하락세이기 때문이었다.

국내 전력도매가격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의 발전단가가 결정하는데, 국내에 수입되는 LNG 물량 중 대부분이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다.



지난해 4분기 배럴당 74달러였던 국제유가는 3월 79.3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5월 57.32 달러까지 급락했다.

전력도매가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은 LNG 세제개편 영향이다.

지난 4월부터 발전용 LNG에 부과되는 세금이 kg당 91.4원에서 23.0원으로 크게 인하됐다.

그 인하 효과가 실질적으로 5월부터 반영되면서 4월 kWh당 98.93원이었던 전력도매가도 월 kWh당 78.99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게다가 5월은 전력수요가 낮은 전통적인 전력 비수기라는 점도 전력도매가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력도매가격의 하락은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구입비용을 아낄 수 있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전은 전력도매가가 정점에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간 10조원의 이익을 내고 주가도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연료비 상승과 원자력발전소 이용률 저하 등의 영향으로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고, 급기야 지난 1분기 한전은 전력구입비 증가로 6천299억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 재무에서 전력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나 된다"며 "아직 2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전력도매가 하락추세가 계속된다면 재무개선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력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력도매단가의 하락이 전기요금 인하 등 국민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전력도매가격은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한전이 전기료의 형태로 국민들에게 부과하는 전기소매가격과는 전혀 연동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전을 비롯해 일각에선 도시가스 등에 적용되는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용 전기가격은 2016년 12월 이후 변하지 않았고 산업용은 2013년 이후 그대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누진제 개편과 한전 적자로 전기요금이 국민적인 이슈로 부상했다"라며 "204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를 18.6% 줄이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연료비 연동제 등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러나 "1년 단위로 전기요금이 오르락내리락한다면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겠는가"라며 "현재로선 연료비 연동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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