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10% 캐시백' 일부 사용자에 집중…혜택 악용 우려
전체 이용자의 2.3%가 캐시백 금액 22.8%인 5억원 받아가
인천시 서구, 지역화폐 1인당 이용 한도 제한 방안 추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천시 서구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지역화폐 이용자들에게 주는 10% 캐시백 혜택이 일부 과다 사용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구와 서구의회는 일부 사용자들이 과다 사용으로 많은 캐시백을 받아가 예산 고갈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용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일 인천시 서구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지역화폐 '서로e음' 카드를 도입한 이후 한 달간 전체 이용자의 2.36%에 해당하는 1천396명이 50억원을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사용액은 전체 서로e음 사용액 221억원의 22.86%에 해당한다.
세금으로 마련한 캐시백 예산 중 5억원이 한 달 사이 일부 이용자에게 집중 지급된 셈이다.
또 금괴 등 귀금속 사재기에 지역 화폐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을 살 때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캐시백으로 사실상 감면해줘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구의회 의원들은 결제액의 10%를 돌려주는 지역화폐 캐시백 혜택이 상대적으로 소비가 많은 부유층이나 법인 등에 많이 돌아간다고 보고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섰다.
서구의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서구 '지역화폐 발행 및 기금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는 지역화폐의 월간 사용 한도를 구청장이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서구는 추후 지역화폐 관련 민관운영위원회를 거쳐 구체적인 1인당 월 사용 한도를 정할 계획이다.
최규술 서구의회 부의장은 "서로e음 카드로 중고차를 사고 세금으로 10% 캐시백을 받아가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부적절한 사용을 막기 위해 우선 사용 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례 개정을 주도한 강남규 서구의회 의원은 "캐시백을 받기 위해 학원비 1년 치를 한 번에 결제하는 등 부적절한 사용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라며 "지역화폐 자체는 역외 소비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는 캐시백 혜택에 따라 지역화폐 인기가 높아지면서 예산 부담이 커진 것도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서구는 서로e음 카드 사용자에게 10% 캐시백 혜택을 주기 위해 애초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사용액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자 42억5천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달라며 최근 구의회에 추경 예산안을 제출했다.
서로e음 카드의 가입자는 지난 16일 기준 14만9천52명에 달했다. 서구가 지난달 1일 서로e음 카드를 출시하면서 세운 연간 가입자 목표 4만6천명의 3배가량이 40여일 만에 가입한 것이다.
40여일간 서로e음 카드 충전액은 754억원, 카드 결제액은 6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제액 중 10% 캐시백이 지급된 서구 지역 내 사용액수는 489억원에 달했다.
서구의 10% 캐시백은 전국 지역화폐 중 최고 수준이다. 지급 비용은 행정안전부 40%, 인천시 20%, 서구 40% 비율로 부담한다.
박창곤 서구 생활경제팀장은 "서민들에게 지역화폐 혜택이 골고루 가지 않는다거나 예산 조기 소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10% 캐시백을 주는 서로e음 카드 월 이용 한도를 1인당 50만원 수준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아직 구체적 한도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이 외에도 지역화폐를 부정 사용했을 경우 수사 의뢰·환수조치를 한다는 부분과 유흥업소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등 보완책을 추가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로e음 카드는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e음 카드와 연계한 지역화폐다. 인천e음 카드는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모바일 앱과 선불카드 개념을 결합해 선보였다.
현재 서구 이외에 인천시 연수구·미추홀구·남동구 등도 이와 연계한 지역화폐를 출시했거나 출시해 7.5∼10% 캐시백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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