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내전 생존자' 바스피예, 제2회 김복동평화상 수상

입력 2019-06-19 15:12
'코소보 내전 생존자' 바스피예, 제2회 김복동평화상 수상

제1천392차 수요집회서 시상식…"김 할머니 의지, 미래에도 이어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금 이 순간은 '코소보 생존자' 모두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김복동 평화상은 어떤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입니다."

'제2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인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37) 코소보 고문피해자재활센터(KRCT) 활동가는 19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김복동 평화상'은 정의기억연대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외 활동가, 여성단체 등에 수여하는 상이다.

크라스니치-굿맨 씨는 1998∼1999년 벌어진 코소보 전쟁 당시 세르비아 경찰들에게 납치돼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이 같은 전시 성폭력 실태를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크라스니치-굿맨 씨는 "김복동 평화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이라면서 "할머니의 의지는 앞으로도 미래 세대에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복동 할머니가 정의를 위해 투쟁하셨던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며 "이 상은 나뿐 아니라 2만명 코소보 생존자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은 전 세계에 있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지난 20년간 해온 활동에 더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현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무대에 올라 상을 전달했다. 할머니들은 크라스니치-굿맨 씨를 꼭 안아줬다.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으로 전시 성폭력 생존자이자 '제1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인 아찬 실비아 오발 '골든 위민 비전 인 우간다' 대표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길원옥 할머니가 내년 중순께 우간다에 세워질 '김복동 평화센터' 건립 기금으로 500만원을 전달하자 오발 대표는 "할머니의 집이 우간다에도 하나 생기는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시상식에 이어 열린 제1천392차 정기 수요시위에는 학생과 시민 400여명이 참여해 일본 정부에 일본군 성노예제 공식 사죄, 법적 배상 등을 촉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한 교사는 "여러 형태의 성 학대는 힘을 합쳐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같이 싸워야만 없어질 것으로 믿는다"면서 "우리가 함께 하겠다"고 외쳤다.

인천에서 온 한 초등학생은 "우리 국민이 할머니들에게 벌어진 일을 기억해야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알리겠다"면서 학교에서 모은 기금을 전달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상임대표는 "아직 세계는 그 수많은 전쟁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지도, 교육하지도, 재발 방지 조처를 세우지도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표는 "이 땅에 여성으로, 소수 민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침해당하는 세상을 바꾸자, 이것이 할머니들로부터 배우는 평화"라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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