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만 주차 가능" 사설 주차장, 개인 전용공간 판매 논란

입력 2019-06-20 11:34
수정 2019-06-20 11:40
"VIP만 주차 가능" 사설 주차장, 개인 전용공간 판매 논란

싼값에 땅 받고 수익 사업 급급…일반 고객 불편 쏟아져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주차난 해소를 위해 싼값에 땅을 공급받은 일부 사설 주차장들이 개인 전용 주차 공간을 운영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주차난으로 악명 높은 서구 치평동(상무지구)에는 모두 17개의 사설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주차장이 조성될 당시 주차장 부지의 분양가는 ㎡ 당 52만원 정도에 공급됐다.

상가 부지(근린생활시설용지)가 ㎡ 당 95~125만원에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반값 이하인 셈이다.

주차장 부지를 싼값에 분양한 이유는 주차난 해소라는 공익적 역할 때문이다.

주차장 부지는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업자의 수익성을 위해 전체 면적의 30%를 상가나 음식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1층에 조성한 상가나 음식점 고객이 주차장 공간을 대부분 차지한 데다 특정인을 위한 개인 전용공간까지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상가와 식당 등을 이용하는 일반인 고객들의 주차난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주차면 150면을 확보한 상무지구 한 주차장은 한 달에 20만원을 내면 개인 공간을 하나를 내주고 있다.

주차장 측은 전용공간에 장애물을 세워놓거나 특정 차량 번호를 붙여놓고 일반 고객이 주차할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

전체 주차면의 20%를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반 고객들은 혼잡한 시간대 비어있는 주차 공간을 보고서도 주차할 공간이 없어 차를 돌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업무차 상무지구를 자주 찾는다는 김모(36)씨는 "저녁 시간에는 상무지구에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해 약속에 늦은 경우가 종종 있다"며 "텅 빈 공간이 있는데도 주차를 하지 못할 때는 돈 없는 게 서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주차장법상 공동주택이나 상가 등은 규모별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주차면수가 정해져 있지만, 주차 전용 건물의 경우 최소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주차장 건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해 사용하지 않는 한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제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차장 조성 단계에서부터 공공의 혜택을 받은 만큼 특정인을 위한 주차 공간 운영은 취지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고영삼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러한 형태의 주차장 운영은 다중의 이용을 제약하는 결과를 내는 것"이라며 "당초의 취지에 맞지 않은 운영을 하는 것이라면 분양 과정에서 받은 할인 혜택을 반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할 관청에서 다중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조례가 제정되기 전이라도 관할 구청은 강력한 계도를 통해서 원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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