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부회장 "세계 여자축구 발전 중…장기 청사진 필요"
"산전수전 겪은 정정용 감독, 유소년 최적화·분업으로 성과"
(랭스[프랑스]=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이 조별리그 3연패로 대회를 마치며 4년 뒤엔 이 아쉬움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대표팀 안팎에서 높다.
현지에서 대회를 지켜본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현재의 저변에선 본선 무대를 밟은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점차 높아지는 세계 수준에 발맞추기 위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이 노르웨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 프랑스 랭스에서 만난 김 부회장은 "초등학생 여자 선수가 300여명 정도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선수들은 있는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개최국 프랑스와의 공식 개막전에서 0-4로 대패하고,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 0-2로 졌다.
18일 노르웨이와의 최종 3차전에선 여민지(수원도시공사)가 한 골을 넣어 대회 내내 이어지던 '무득점'은 벗어났지만, 1-2로 져 결국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사상 첫 승점, 승리, 16강 진출을 동시에 일궈낸 4년 전 캐나다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계속 발전 중이다. 피지컬 좋은 유럽 선수들이 기술을 갖춰가고, 아프리카도 올라오고 있다"면서 "아시아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도 이제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1990년대 정몽준 당시 축구협회장 주도로 팀이 창단되면서 중심 골격이 세워진 이후 급격히 이뤄진 성장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김 부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다음 4년뿐만이 아닌, 16년 정도의 계획을 잡아야 한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장기적 청사진이 정립되어야 한다"면서 "초등학교를 비롯한 학교체육부터 시작해야 하고, 정부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의 벽을 절감한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얘기한 것처럼 김 부회장 역시 선수들 개인 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 부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적인 강팀과의 A매치 기회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비슷한 기간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도 챙긴 김 부회장은 유소년 축구에 매진하며 FIFA 남자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달성한 정정용 감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축구협회 전임지도자평가위원회는 지난해 말 평가를 거쳐 정 감독의 3년 재계약을 결정해 U-20 월드컵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정 감독은 산전수전을 겪으며 공부도 많이 했고, 성품도 훌륭한 지도자"라며 "어린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등 유소년 지도에 최적화됐고, 체력과 분석 등의 분야는 전문성을 믿고 확실한 분업화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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