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메르켈, 러시아-독일 직접 연결 가스관 두고 이견 표출
독일 방문 우크라 대통령, 獨총리와 회담…"노드 스트림-2 입장 상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했으나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문제 등에서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독 연결) '노드 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 대한 양국 입장이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독일이 이 쉽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대화를 할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러시아 가스의 유럽 공급을 위한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 유지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가스의 우크라이나 경유 유지와 우크라이나 저장고 내 보관 등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공정하고 안전한 가스 시장 확보의 문명화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노드 스트림-2 가스관 문제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유럽으로의)가스 공급 유지는 서로 긴밀히 연계된 것이며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은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 공급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속해서 얘기해 왔으며, 푸틴 대통령도 나에게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을 개통한 뒤에도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도 유지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러시아와 독일은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개 라인인 노드 스트림 가스관에 2개 라인을 추가로 신설해 연 550억㎥인 가스관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사업이다. 건설비는 약 95억 유로(약 12조원)로 추산되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는 이 가스관 건설을 지지하고 있으나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의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미국 등은 강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 본토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이용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이 유럽의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유럽 에너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엔 러시아가 가스관을 통해 싼 가격에 유럽에 천연가스를 판매하면 미국 기업들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인식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하루 일정으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으며 전날에는 프랑스 파리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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