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대장암 80%, 원발암 발생 직후 전이 능력 생겨"

입력 2019-06-18 16:53
"전이성 대장암 80%, 원발암 발생 직후 전이 능력 생겨"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세포의 전이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자적 변화들이 쌓여 생긴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이렇게 되면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이동해 새로운 부위에 뿌리를 내리는 특성을 갖게 된다고 과학자들은 믿었다. 이런 가설에선, 원발암 발달 과정의 늦은 단계가 돼야 암세포의 전이가 일어난다고 봤다.

그런데 전이성 대장암의 약 80%는, 원발암 종양이 양귀비 씨앗 정도의 크기로 자라기도 전에 멀리 떨어진 부위로 전이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의 크리스티나 커티스 의학·유전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17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6/sm-mmc061419.php])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 사망 원인 2위인 암이다. 대장암은 간으로 가장 많이 전이되며, 흔하진 않지만, 뇌에 전이되면 대부분 사망한다.

커티스 교수팀은, 대장암 환자 각자의 전이 시점을 재구성하고, 종양의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암 유발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3천여 명의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간이나 뇌에 전이된 대장암 환자 23명을 추려내, 원발 암의 유전적 변이 패턴을 종양 조직 검사 결과와 비교했다. 원발암 세포와 전이암 세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탐색한 이 작업은, 단일 조상에서 갈라진 동물 종의 진화 계통수를 추적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 결과 21명(원래 환자군에서 2명 분석 제외)의 환자 중 17명에서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확인했다.

전이 종양은 단 하나의 세포 또는 유전적으로 비슷한 작은 세포군에서 크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전이성 종양의 씨앗이 된 세포는 발생 초기 원발암 종양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었다.

보고서의 교신저자인 커티스 교수는 "놀랍게도 과반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원발암이 임상적으로 검진될 만큼 자라기도 훨씬 전에 암세포가 퍼져 자라기 시작했다"라면서 "이는 원발암 발생 초기에 암세포가 전이 능력을 획득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이 발생 시점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원발암 종양의 크기에 따라 암세포의 전이 확산 시점을 측정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통계 기법을 개발했다. 이는 대장암의 초기 전이 확산을 입증하는 최초의 정량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 938명과 비 전이성 대장암 환자 1천813명에게 연구결과를 적용해, 전이 예측성이 높은 변이 조합을 찾아냈다. 예컨대 전통적인 대장암 유발 변이와 PTPRT 유전자 변이가 동시에 생기는 환자는 거의 다 전이성이었다.

이전의 다른 연구에선, PTPRT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하면 세포의 생명력을 강화하는 STAT3 단백질의 발현도가 높아진다는 게 입증되기도 했다.

커티스 교수는 "특정한 변이 조합에 기반을 둔 생물표지를 개발하면, 치명적인 암으로 변할 잠재성이 높은 대장암을 조기 검진해, 적절한 '변이 맞춤형' 치료법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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